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생명보험 및 상해보험 약관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 단서 규정으로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예외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 자살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와 관련하여 보험수익자와 보험사 사이에 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그 중 실무상 많이 문제가 되는 유형은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과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겪던 중 자살하는 경우이다.

먼저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 사례들을 보면, 보험수익자측은 피보험자가 행위 당시 감내하기 어려운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려 이미 자유로운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사고사임을 주장하나, 이러한 경우는 하급심에서 대체로 자살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러한 사안에서 일부 하급심 판례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과 그에 해당하지 않는 자살을 구별하는 이상, 후자의 경우에도 심한 스트레스나 절망적인 심리 상태가 원인 내지 동기가 될 수 있는 것인 만큼, 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심한 스트레스나 절망적 심리 상태만이 아니라 그야말로 의사결정 능력이 상실되었다고 할 정도의 정신의학적 상태에 이르렀음이 입증되어야만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서울중앙지법 2016나85257 판결, 서울중앙지법 2017가합520609 판결).

다음으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던 중 자살한 경우에는 양쪽 결론 모두 다수의 하급심 판례가 누적되어 있어 판례의 경향을 쉽게 언급하기 어렵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은 그 자체로 환자의 인지기능을 저해하는 질환이 아니므로 단순히 이 같은 정신질환 치료 내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살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단정할 수 없음은 당연하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우울증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고 보는 판례가 다수 보인다.

이러한 사안에서 보험수익자 측은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피보험자의 생전 정신과 주치의로부터 주장에 부합하는 소견을 받아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법원 2017다281367 판결은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다’고 하여 보험수익자 측에 유리한 태도를 취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 하급심 판례에서는, 심지어 논리 정연한 유서가 있는 경우에도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보기도 하는데, 유서는 행위자가 자살의 의미를 이해하고 스스로 자살을 결심한 증거로 볼 수 있으므로, 유서가 있는 경우까지 자살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가 없었다고 보는 것은 다소 의문이다.

 

 

/최윤선 보험 전문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인우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