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기사에 ‘여당’과 ‘야당’ 단어가 빠지는 날이 없다. ‘여·야 간 신경전’ 또는 ‘여당 대 야당’ 구조의 기사를 매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 두 정당이 중심이 되어 정책을 겨루는 양당제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등 양당제 국가의 여·야 대립이 우리에게 익숙하다.

양당 구조만 익숙하였던 필자는 스위스 의회 출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많이 발견하였다.

스위스에는 ruling party, 즉, 정권을 가지고 있는 집권 정당인 여당 개념이 없다. 여당이 없으니 당연히 야당도 없다. 스위스 의회는 정당별 지지율과 정당 사이의 합의에 따라 정부를 구성하는 7인을 선출한다. 4개의 당이 2:2:2:1로 내각을 구성하는데, 현재는 스위스국민당 2명, 사회민주당 2명, 자유민주당 2명, 기독민주당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선출된 연방각료(장관) 7인은 서로 돌아가며 1년 임기로 연방대통령을 수행한다. 의회와 정부가 기능 관점에서 엄격하게 분리되지 않고 서로 협업하는 구조로, 전체 법안의 약 80%가 정부에서 만들어지고 의회는 입법 과정에서 정부 자료를 많이 활용한다.

스위스가 이와 같은 정치 구조를 취할 수 있는 이유는 합의제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연방정부의 의사결정은 연방각료 7인이 만장일치로 합의하여야 한다. 합의제를 따르기 때문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아 누가 연방대통령을 수행하든 크게 중요하지 않고 소수 정당 의견도 반영된다. 각자의 언어, 종교, 문화를 가진 칸톤(canton)들로 구성된 스위스는 사회 통합을 위해 여러 집단이 정책 결정 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였다.

또한 연방정부가 최종 합의하고 국회에서 통과한 의사결정이라도 국민들이 견제하고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 5만 명 이상의 서명이 있으면 국회에서 통과한 법률안에 대한 채택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올해만 해도 동성 결혼 및 입양 허용, 코로나19 재정 지원, 살충제 금지, 테러 방지를 위한 감시 강화, 이산화탄소 배출자 부담 강화, 공공장소에서의 부르카 전면금지, 전자신원증명 도입 정책 등이 국민투표를 거쳤다.

이처럼 스위스가 입법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권력 분산을 통한 타협이다. 반드시 타협할 수 밖에 없는 체계를 구축하여, 승자독식 구조를 통한 신속한 추진 대신 느리더라도 모두가 합의하는 안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치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요즘, 타협을 하도록 만드는 스위스 구조를 한번 곱씹어 볼 만하다. 많은 정책이 여당 또는 야당 입장이라는 평면 구조로 재편되어 양당 갈등으로만 조명되는 상황 속에서 국민이 개별 정책을 논의할 자리가 축소된 것은 아닌지, 그 과정에서 내 편, 네 편으로만 나누어져 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박소영 변호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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