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신규변호사 취업 실태조사 결과 발표 … 여성 19.8% 근속에도 불이익

“남성중심문화와 편견이 원인” … 변호사 자녀 위한 어린이집 확대 등 방안 나와

△ 대한변협이 6일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개최한 변호사 업무와 양성평등 심포지엄
△ 대한변협이 6일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개최한 변호사 업무와 양성평등 심포지엄

올해 여성 변시 합격자 비율이 42%에 달하는 등 여성 변호사 숫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법조계 내 성차별 문화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지난 6일 대한변협회관에서 ‘변호사 업무와 양성평등 심포지엄’을 열고 ‘신규 변호사 대상 취업 및 직장 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는 1~5년차 여성 변호사 262명과 남성 변호사 188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여성변호사들은 법조계에 첫발을 내딛는 실무수습 시절부터 △업무내용 △근속 가능성에 대한 기대 △성별로 인한 스트레스 등 영역에서 차별적 상황에 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습기간 근속 가능성에 대해 여성변호사 19.8%가 불이익을 받았다고 응답한 반면 남성 변호사는 2.1%만 불이익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성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여성은 22.9%, 남성은 7.5%가 ‘그렇다’고 대답해 3배 이상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직장 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여성 변호사 262명 중 35명(13.4%)이 성별에 따른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반면, 남성은 188명 중 4명(2.1%)만 차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고, 동일 조건이면 남성 변호사 급여가 더 많다고 응답한 경우도 있었다. 변호사 채용 시에도 △‘남성’을 채용조건으로 제시하거나 △대표가 ‘여성 변호사가 고분고분하니 여성만 뽑겠다’고 말하는 등 성차별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보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조계에 성차별이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남성 중심적 문화와 편견’을 꼽았다.

장보은 교수는 “여성 변호사 수가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변호사업계 주류는 여전히 남성 중견 변호사”라면서 “여성이 일보다 가정을 중시하거나 감성적이어서 ‘이상적인 변호사상’에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별만을 이유로 우수한 여성 법조인을 배제시키는 건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변호사 경력에 가장 큰 걸림돌으로 작용하는 부분은 ‘임신·출산·육아’다. 이직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한 여성 67명 중 45%가 “임신·출산·육아가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 대다수가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임신·출산·육아 관련 제도 보장 및 인식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조인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부분 여성이 임신·출산·육아와 가사로 인한 이중고에 시달린다는 명백한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변협 차원에서 변호사 자녀를 위한 어린이집 규모 확대, 가사도우미 풀 제공 등 지원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성별을 불문하고 법조계에서 사용하기 힘든 제도다. 조사 결과, 출산휴가·육아휴직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은 24%, 남성은 15.4%에 불과했다. 출산휴가·육아휴직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이유로는 ‘커리어 단절 내지 악영향’과 ‘내부 규정 미비’를 꼽았다.

한승수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출산, 육아 관련 제도를 여성을 위한 제도가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로 인식하고 남성도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귀빈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젊은 세대 변호사들은 종전보다 가족, 균형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양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법률가가 솔선수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한 변협 역할에 대한 의견도 다수 있었다. 유인호 변협 대변인은 “성희롱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과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정책 개발 등 양성평등 법조문화를 선도하는 주체는 대한변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연빈 한국여성변호사회 기획이사도 “일·가정 양립을 위해 커리어를 포기하는 변호사가 없도록 변협이 각기 다른 경험과 환경 등을 고려한 일·가정 양립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종엽 협회장은 “아직도 법조계엔 남성 중심 문화와 여성에 대한 선입견,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변호사 개인뿐 아니라 법조계 전체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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