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에서 실무수습을 마치고 사내변호사로의 이직을 고민하던 때를 떠올려 본다. 당시 주변에 이직 경험담을 들려줄 사람이 많지 않았던 터라, 도무지 회사 생활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고, 나는 그로부터 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걱정은 많지만, 겁은 없는 편’이어서 일단 직접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지금 회사에 입사하였고, 그렇게 시작된 나의 사내변호사 생활은 어느덧 햇수로 4년을 앞두고 있다.

변호사의 취업 형태나 업무영역은 다양하면서도 저마다의 특징과 장단점이 있어 그중 어느 하나를 완전히 좋다 혹은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개인의 성향과 그 회사의 성향이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는 업무 외적으로 임직원들이 서로의 대소사를 챙기고 가족의 안부를 묻는 것이 일상적인, 전반적으로 직원들 간 유대관계가 강한 편에 속하는 회사다. 이러한 회사 분위기는 고립되기보다는 교류하고, 누군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다가가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성향과 잘 맞았다. 이로 인하여 나는 자연스러운 내 모습 그대로 직원들과 소통하며 회사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2019년 봄,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열렸던 환영회가 기억난다. 회사 내에는 팀도 많고 사람도 많아 아직 모든 직원의 얼굴을 익히지 못했던 시기에 가진 자리였다. 환영회가 끝나고 몇 개월이 흐른 뒤, 친한 직원으로부터 그날의 기억이 담긴 사진 몇 장을 받게 되었는데, 이제 그 사진들을 보면 그 자리에 와주었던 고마운 얼굴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고 그들과 3년간 쌓아온 관계도 보인다.

나는 ‘내가 어디에 있든지, 그곳에서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이든지, 그 또한 나만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보낸다. 사내변호사로의 이직을 고민하던 그때, 가본 적 없는 길이라고 겪어보지도 않고 포기했으면 얻지 못했을 소중한 순간들이 모여 나만의 이야기가 되었다. 물론, 다른 선택을 했어도 나에게는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졌을 테지만 말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변호사님들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쌓아 가시길 바라며, 이러한 마음을 담아 최근 나에게 영감을 주는 빨강 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의 대사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It makes me so glad to be alive. In the mornings I always think the mornings are best; but when evening comes I think it's lovelier still.”

“살아 있다는 게 정말 기쁘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에는 늘 아침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저녁이 되면 또 저녁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단 말이야.”

 

/김나라 변호사

HDC현대산업개발(주) 법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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