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피해자 분과 상담을 하면서 피해자 분의 아픈 마음이 너무 공감이 되어 함께 엉엉 운 적이 있다. 그 때, 그 분은 무척 심한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피해자로 오랜 기간을 주저하다가 고소를 결심한 상황이었다. 긴 기간을 여러 가지 상황으로 고소를 하지 못하고, ‘나만 참으면 괜찮아’라고 참아내고, 견디는 몇 년의 시간을 보내던 분이었다.

그러던 차에 고소를 하기로 결심하셨다고 하기에, 고소하기로 결심한 어떤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는지 물었다. 나의 질문에 피해자 분은 눈물을 훔치며 이렇게 답했다. “변호사님, 그날 제가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요, 주방 쪽 창문으로 석양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정말 너무 예뻤는데, 석양을 보다 눈물이 났어요. 그렇게 울다가, 고소해야겠다. 살아야겠다.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 말을 하면서, 멍든 손목을 바라보며 다시 우시기 시작하는 피해자 분을 보니, 바로 수긍이 갔다. 딱히 그 날이 다른 날보다 피해가 더 크지 않았지만, 이 분은 그 날도 맞았었고, 그러한 삶에 ‘악’ 소리도 내지 못하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본 석양. 그 예쁜 석양이 그 분에게 용기를 준 것이다.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 폭력의 피해자 분들은 고소를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경우, 피해를 인지하기가 어렵고, 인지가 되더라도 고소하고 난 뒤의 상황이 두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러한 내적 갈등을 넘어서더라도 지인들이 그리고 가정구성원이 고소를 말리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다 보니 ‘나만 참으면 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고소까지 결심하기에는 큰 계기나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분들이 우리 사무실에 상담을 오시는 경우, 몰래 오시거나 변호사에게 이야기라도 들어보려고 조심히 오실 때가 더러 있다. 그러면 마음을 다해 귀 기울여 들어드리려고 노력한다. 울며 웃으며 상담을 하다가 “변호사님이랑 이야기하고 나니 편해졌어요.”하고 홀가분하게 웃는 그 분들의 모습을 보게 되면 참 예쁜 얼굴이 보인다.

우리 사무실이 그런 분들의 석양이 되었으면 그리고 그 예쁜 얼굴들을 다시 찾아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혜미 변호사

법률사무소 오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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