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입법조사관으로 근무한지 2년 정도가 되었다. 외통위 입법조사관은 법안 검토 이외에도 자유무역협정(FTA), 투자보장협정 등 다양한 조약의 비준동의안에 대한 검토를 담당하고 있다.

조약에 대한 비준동의안과 법률안의 차이점 중 하나는 전자의 경우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헌법 제60조제1항에 따른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에는 수정권한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국회는 조약을 전체 동의하거나 거부해야 한다.

2011년에 국회를 통과한 한-EU FTA의 경우, 당초 제출된 후 다수의 오역이 발견되었는데, 국회는 수정권한이 없기 때문에 정부는 비준동의안을 철회한 후 재제출하여 비준동의를 받기도 했다.

최근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검토하면서, 한글협정문에 번역 오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법안심사소위에서는 해당 조항은 분명한 오역이라는 소위 위원의 지적이 있었다. 다만, 협정문상 영문협정문이 한글협정문에 우선한다는 점과 조기 발효를 통해 우리 산업이 얻을 수 있는 이익 등을 고려하여 통과 필요성이 논의됐다.

이런 경우, 철회 이외에 또 다른 해결방법은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79조(착오정정)에 근거한 양국 간 서한 교환을 통한 수정절차이다. 소위에서 정부 측은 해당 절차를 통해 추후 보완하겠다고 답변했고 무사히 원안의결되었다.

이처럼 조약에 대한 국회의 권한은 입법 권한에 비해 제한적이지만, 우리나라가 체결·비준한 조약의 수는 2010년 2747건(국회 비준동의 573건)에서 2020년 3377건(국회 비준동의 706건)으로 증가하는 등 조약이 국내법 체계에 미치는 규범적 파급력은 계속 증대되고 있다.

국회는 조약에 대한 실효적인 검토를 위해, 2012년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FTA 등과 관련한 정부의 자료제출의무 등을 규정했다. 또한 현재 국회에는 통상조약 뿐만 아니라 조약 전반의 체결·비준 절차를 규정함으로써 국회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조약의 체결·비준 절차 등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중이다.

헌법 제73조에 따라 조약의 체결·비준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제약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현재 조약의 국회 비준동의 대상 여부는 정부가 판단하고 있는데, 국회 회의록에는 ‘제출되면 동의안이고 제출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의원들의 지적이 자주 등장한다. 국회도 동의권 행사의 잠재 대상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동 법안 내용 중 ‘정부의 국회보고 체제 확립 필요성’ 등은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비준동의 대상이 아닌 행정부 협정도 의회에 제출하도록 법률에 규정하고 있다.

현행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조약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혜인 변호사

국회사무처

외교통일위원회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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