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어몽어스‘라는 게임은 자신의 그룹에 숨어있는 임포스터(Imposter)를 찾는 게임이다. 마피아 게임과 유사하다. 임포스터란 사기꾼, 협잡꾼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가면증후군(Imposter Sydrome)’에서도 동일한 단어가 사용된다. 가면증후군은 직장인이 스스로의 능력을 과대 포장해 회사를 속이고 있다고 느끼는 불안감, 즉 자신이 사기꾼이 아닐까 의심하는 자신감 부족 증상을 의미한다고 한다.

나 역시 회사가 변호사에게 기대하는 전문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두려움에 시달릴 때가 많다. 물론, 자신감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시는 변호사님들이 더 많으리라 생각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불안감은 사내변호사라는 업무 자체의 ‘불명확성‘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는 생각이다.

사내변호사의 업무는 특별히 도제식으로 전수되지 않는다. 사내변호사들의 숫자가 증가한 것 역시 최근의 일이며 사내변호사 업무는 산업 자체의 특성, 오너의 특성, 기업의 개별 문화, 조직 내 문화 등 많은 변수들로 그 성격이 회사마다 천차만별이다. 다른 한편으로 사내변호사는 회사와 다소 거리를 둔 입장에서 전문가로서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므로 도대체 사내변호사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불명확성은 더욱 커진다.

불명확하다는 것은 개념과 범주가 명확하지 않다는 뜻이다. 게임회사에서 처음 사내변호사로 근무하게 되면서 나는 자체적인 범주를 설정하고 개념화하는 일을 반복 심화하는 것이 이런 불명확성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의 종류를 횡과 종으로 분류한다. 소송, 자문 등 법무의 범위가 횡적 분류라면, 회사 자체의 고유 업무, 관련 업종에서의 특징적인 개념과 업무, 밀접한 법률들 등을 층위로 분류하는 것이 종적 분류라고 하겠다. 내 업무의 경우, 횡적으로는 소송관리, 자문, 계약서 검토로 크게 나뉘고, 자문을 종적으로 분류하면 1) 게임회사에서 흔히 사용하는 개념들 2) 산업에서 흔히 사용하는 개념들 3) 해당 산업에 대한 규제 4) 해당 산업과 관련성이 높은 법률 등이다. 이렇게 업무의 층위와 범위를 구별하면 그 다음부터는 실무를 통해 그 내용을 채워넣는다. 자신이 리서치 한 내용, 업계 관행, 외부 자문을 받은 내용, 회사 내 전문가로부터 취득한 정보 등을 차곡차곡 쌓고 이를 1년 정도 반복하면 어느새 자신만의 업무편람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대부분의 사내변호사님들께서 훌륭한 업무 체계를 만들어서 업무를 수행하고 계실 것이라 믿는다. 이제 막 사내변호사로 업무를 시작하시고 회사라는 어몽어스 그룹의 임포스터가 본인이 아닐까 스스로 의심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하여 부족한 글을 올려본다. 자신이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이는 내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일 가능성이 있고, 많은 경우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김예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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