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이제 해질녘엔 서늘하다. 낚시를 즐기는 조사(釣士)인 배우자는 곧 다가올 풀치 시즌에 설레는 기색이다. 남편의 낚시 서랍에서 풀치 장비가 전면부에 나올 즈음이면 필자는 놓친 자료 요구가 있나 이번 국감은 뭐로 먹고사나 머리가 무거워진다. 손맛 좋다는 풀치가 나올 가을은 국감의 시즌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보좌관’ 속 장태준 보좌관도 국정감사를 국회의 꽃이라고 했다. 국회에 대한 많은 허위·미화 정보를 담았던 드라마지만, 장태준 보좌관의 이 말은 실로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말이다. 국정감사 기간 동안에는 온 사회가 국회 앞에 펼쳐지고, 의욕에 찬 의원님들은 피감기관의 허점을 하나라도 더 지적하고자 나이를 잊어버린다.

의원실마다 다르겠지만, 본격적인 국정감사 준비는 대략 두어 달 전부터 시작된다. 국정감사가 10월경이라고 하면 약 8월경에는 통상 결산국회가 열리는데, 결산국회는 일종의 ‘미니 국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본격적인 국감준비는 국정감사의 테마를 정해 피감기관에게 자료요구를 발송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자료요구는 최대한 상세하게, 세부적 내용을 요청한다. 피감기관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책잡힐 법한 정보는 숨기고자 할 것이고, 부처보다 정보도 인력도 부족한 국회가 이를 막으려면 질문부터 촘촘한 것이 좋다.

국정감사 ‘이슈’를 잡는 것이 가장 어렵다. 대중적 유명세를 누리는 의원에겐 제보도 이어진다. 그 제보의 진위와 의의 못지않게 확인해야 하는 것은 제보자의 의도이다. 부조리를 고발한다는 말 이면에 혹시 모를 의도가 숨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질의, 중요한 제보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 중 상당수는 특정 사건에 대한 일회적 지적이다. 한편 장기적인 제도 개선 과제들은 ‘핫(hot)’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반드시 국회가 다루어야 하는 내용이다. 한 상임위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보좌진들은 피감기관의 아픈 곳이 어딘지 꿰고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국회 입법조사처가 매년 발간하는 ‘국정감사 이슈분석’부터 시작해 국회 내 입법보조기관 및 외부 기관들이 쏟아내는 보고서 등을 통해 무궁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회에서 정보가 없어 일을 못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족보 찾기 전 교과서를 봐야하듯이, 기본으로 봐야 하는 몇 가지가 있다. 지난 몇 번의 국감 회의록,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그리고 피감기관 관련 기사들이다. 특히 피감기관 관련 기사는 스스로 내부용으로 수집하는 경우가 있으니 제공받을 수 있으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스크랩을 도와주는 여러 어플을 통해 키워드를 검색한다. 언론 동향은 매일 챙길수록 힘이 된다.

국정감사를 그리면 호통치는 의원들의 모습만 눈에 그려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수많은 자료와 싸우며 민생과 현장이 어려움을 짚어내려는 겹겹의 노력과 고뇌가 있다. 국회의 꽃은 피우기도 어렵지만 분명히 민주주의의 꽃이다.

 

/강지은 변호사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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