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만 4000여 명의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법률지원 10년 …

미래지향적인 진정한 사회통합의 마중물이 되기를”

2003년부터 현재까지 변호사로 일하면서 많은 사건들을 변론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은 약 10년 전에 북한이탈주민 H할머니께서 도움을 요청하신 형사사건이다. H할머니는 그 당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26조(생활보호)에 근거해서 기초생활수급비를 매달 지원 받고 계셨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비만으로는 생활비가 모자라서 아파트를 청소해주는 용역업체에서 일하면서 최저임금 정도의 월급을 받으셨다. 이러한 사실이 원칙주의자이고 정의감 충만한 젊은 경찰관에게 발각되어 노동능력이 있고 직장에서 일하면서 월급을 받는 북탈민이 기초생활수급비를 지원 받아온 것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33조(벌칙) 제1항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이 법에 따른 보호 및 지원을 받거나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보호 및 지원을 받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반으로 경찰조사를 받게 되었다.

H할머니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아파트 청소일을 하면서 월급 받은 약 2년이 넘는 기간동안 정부로부터 지원 받은 기초생활수급비를 전액 반환해야 하고 법의 처벌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해 하셨다. H할머니와 함께 청소일을 하고 있는 수십 명의 남한 할머니들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비를 지원받고 있는데 유독 북탈민인 자신만 처벌당하게 된 사실이 너무 억울해서 힘없이 경찰서 현관 계단을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서 넘어진 그 자리에 한동안 주저앉아서 슬프게 우셨다. 고령의 나이로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허리부상도 당하셨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과 베트남을 거쳐서 혈혈단신으로 남한에 와서 인간답게 살아보고자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였으나 법의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 H할머니를 도와드릴 방법을 고민했으나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H할머니에 대한 정상참작 자료들을 모아서 담당 검사에게 “고령의 북탈민인 H할머니를 한 번만 봐달라. 그동안 지원받은 기초생활수급비 중의 일부를 정부에 반환하겠으니 법의 처벌만은 받지 않토록 해달라”고 읍소했다. 나로서는 변호사일을 시작한 후 8년만에 처음으로 검사에게 읍소하고 선처를 부탁한 것이었다. 다행히도 마음이 넓은 검사님은 몇 개월치의 기초생활수급비를 정부에 반환하였다는 확인서를 보시고 기소유예처분을 내려주셨다. H할머니는 기소유예처분을 받으시고 너무나 기뻐하시고 고마워하셨고 며칠 후에 번쩍번쩍 빛나는 은빛 반짝이가 많이 붙어 있는 빨간색 넥타이를 선물해주셨다. 너무 화려하게 반짝이가 붙어 있어서 사무실에 출근할 때나 법정에 출석할 때 착용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 방에 10년 넘게 걸려있는 빨간색 넥타이를 볼 때마다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그 이후로 H할머니는 만나는 북탈민들에게 태 변호사 자랑을 해주신 덕분에 그 후부터 몇 년동안은 나의 휴대폰 전화번호가 북탈민들 사이에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모르는 전화번호가 휴대폰에 떠서 받아보면 첫 마디가 “북에서 온 사람들을 공짜로 도와주시는 변호사님이시지요?”

그렇게 북탈민들을 법률적으로 돕기 시작한지 약 10년 정도 된 지금에 와서 깨닫게 되는 점은 그들에게 정확한 법률적 조언과 도움과 해결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억울한 사정과 어쩔 수 없었던 사정을 넓은 마음으로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 그들이 힘들 때 언제든지 연락하고 이야기하고 도움 받을 수 있는 이웃, 형, 오빠, 삼촌, 아들, 친구 같은 변호사가 되어 되어주는 것이다. 인생에서 예기치 못한 불행을 당했을 때,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할 때, 생각나는 변호사, 그들이 울 때 함께 울어주고 그들이 즐거워할 때 함께 즐거워해줄 수 있는 공감능력이 있는 마음 따뜻한 변호사가 되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친구 같은 변호사들이 더욱 많아질 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변해가리라고 믿는다. 넘어진 북탈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위로와 희망을 얻고, 이 세상은 좋은 사람들이 더 많고 선의와 사랑이 있고 용서와 너그러움이 있고, 그런대로 살만한 곳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우리 변호사들이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

남한에 와 있는 약 3만 4000명이 넘는 북탈민들은 법을 위반하거나 법을 잘 몰라서 피해를 입고 남한사회에 정착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체제가 완전히 다른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북탈민들은 자본주의 사회인 남한에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보다 정착하기가 더 힘들다. 대한변협은 북탈민들의 남한 정착을 위해 2003년부터 현재까지 북한이탈주민 법률지원특별위원회와 북한이탈주민지원변호사단을 통해서 법률지원활동을 하면서 힘과 정성을 기울여 왔다. 남한에 있는 북탈민들은 북한에 있는 동포들에게는 통일된 대한민국에서의 미래의 삶을 미리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 남한 사람들에게는 북한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과 통일에 대한 우려를 없애주는 역할과 함께 매우 이질화되어 있는 남북한 사람들이 통일 이후 겪게될 갈등과 그 해결방안을 미리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약자인 북탈민의 대한민국 사회의 안정적인 정착과 인권보장은 통일을 촉진하고 새로운 통일한국의 기초이자 통일된 국가의 방향성이 바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존중’에 있음을 드러내고, 제도적 통일을 넘어 사람의 통일을 이루는 데 크게 기여하고 통일 후 미래지향적인 ‘가치의 통일’의 측면, 즉 진정한 사회통합을 달성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변호사들의 북탈민들에 대한 법률지원활동은 대한민국의 진정한 통일과 사회통합을 한 걸음 더 앞당기는 마중물이 되리라 확신한다.

 

 

 

/태원우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 ‘지금, 여기 - 모두의 변호사’는 사회 전반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약자와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변호사와 단체 등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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