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좋은 상권의 경우 대개 임차인은 임대인과의 관계에서 소위 을의 입장에 있다. 그래서 임차인은 예상치를 웃도는 권리금을 지불해야 하거나 임대인의 계약 조건에 최대한 맞춰 불리한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한 임대인이 상권(또는 상가건물) 전체를 소유하는 경우라면 가게 입점을 원하는 임차인은 자신이 체결한 임대차계약의 유·불리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데, 이는 다른 임차인들도 마찬가지로 일방적으로 임대인에게 유리한 계약을 체결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기가 많은 상가건물일수록 임대인과는 별개로 일명 상가 건물 관리법인(이하 ‘관리법인’)이 따로 존재하는데, 임차인들은 이러한 관리법인이 임대인을 대신하여 건물관리의 업무를 관장하는 일종의 대리인이나 고용인 정도로만 인식하고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알고 보면 임대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일 수 있다.

관리법인은 통상적으로 임대인과는 별도의 개인 또는 법인의 형태로 민법상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을 맺은 임차인의 지위를 가지며, 입주를 희망하는 임차인들은 위 관리법인과 전대차계약을 맺게 된다. 이 경우 전차인들은 다른 대안이 없고 다른 점주들 역시 동일한 방법으로 입점계약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계약이 특별히 불리하다는 의심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그 계약에는 임대인의 동의가 없을 확률이 높은데, 그러한 경우 임대인과 관리법인 사이에 해지 통고로 임대차계약이 해지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합의 해지되면 전차인의 전대계약 역시 자동으로 해지되어(민법 제631조) 전차인인 점주가 불시에 퇴거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전차인은 상가임대차보호법상 10년의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며(상임법 제13조 제2항), 권리금 회수의 기회도 보호받을 수 없다(동조 제1항). 즉, 이러한 경우 임대인은 전차인들의 계약갱신요구를 특별한 사정이 없이 거절할 수도 있고, 전차인들이 권리금을 받을 기회를 이유 없이 박탈하는 경우라도 그 손해를 배상할 필요가 없다. 또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임차인들과 계약을 해지하여 전차인들을 쉽게 퇴거하게 할 수도 있다.

전차인으로서는 이러한 경우 최소한의 보호를 받기 위하여 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인의 동의서를 함께 받아두어 불이익을 면할 수 있지만, 임대인 측에서는 그러한 요구를 하는 점주들과는 입점계약 자체를 거부할 수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임대인의 동의가 없는 경우라도 임대인과 관리법인이 다른 법인임에도 그 대표자가 동일인이거나 임대인법인의 임원이 관리법인의 대표와 동일인인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위와 같이 임대인과 관리법인이 동일인으로 볼만한 여지가 있다면 전차인이 임대인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거나 임대인의 동의를 얻은 전차인으로 간주하여 전차인에게 일반적인 임차인으로서의 권리를 보호해주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박혜성 부동산 전문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로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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