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법조계는 그야말로 무한경쟁에 가까운 수임경쟁 속에 있고, 변호사들의 주된 관심사는 직역수호 문제, AI시스템 도입문제, 청년변호사의 고용과 처우 문제 등에 집중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변호사는 더 이상 ‘수임료’를 무시하고 ‘공익적 가치’만을 추구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어려운 현실속에서도 다른 전문직역과는 다르게 변호사가 영원히 버릴 수 없는 가치가 있으니, 바로 ‘인권 보호’이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많은 변호사들은 비록 ‘벌이가 안되더라도’ 인권 보호의 마지막 보루로서 아무도 돕지 않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정의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법조인, 특히 변호사가 다른 전문 직역군과 다르게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인권 보호’를 위한 국가적, 사회적 기능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대한변협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회’는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약자로서 어려움에 처한 탈북민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기능을 잘 수행하고있다. 동 위원회는 2003년 대한변협 산하에 구성되어 이후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에 대한 소송구조, 법률상담, 관계법률개선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탈북청소년에 대한 법률교육 및 지원,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과의 긴밀한 연계시스템 구축을 통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탈북민 법률지원을 해나가고 있다. 한편 대한민국사회 전반에서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 이는 탈북민 단체 중 일부가 정치권과 결탁해 특정 정치세력에 동원된다거나 이익단체화하여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기 때문이다. 또, 탈북민에게 지원되는 각종 지원제도가 과장, 왜곡되어 알려지면서 특혜를 받는다는 오해까지 일반 국민으로부터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 정착하여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 약 3만 4000여 명 중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남한출신 국민과 마찬가지로 생업에 종사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다만 탈북민들은 자신이 태어난 지역과 사회·문화·교육 등에 차이가 크고 탈북시 가지고 온 재산도 거의 없어 맨 주먹으로 대한민국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들어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탈북민 할아버지는 정착 초기에 가스렌지 작동법을 몰라 애를 먹을 정도였다. 이러한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에 정착하여 잘 살아가고, 또 탈북민의 자녀가 대한민국 공교육 제도 안에서 성장하여 훌륭한 국민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내에서 작은 통일을 이루는 길이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사회·경제적 약자인 탈북민들 가운데 법률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자들을 위해 소송구조에 나서는 것은 중요한 ‘인권 보호’에 해당한다.

그 대표적인 사건으로 2016년 대한변협에 도움을 요청한 탈북민 A씨 사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A씨는 1960년대 북한국적자로서 중국에서 태어났으나 이후 북한으로 이주하여 북한 공민증을 발급받아 살아오다가 1990년대 중후반 탈북해 중국을 떠돌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들어 왔고 대한민국 국적을 확인받은 A씨는 북한에 남은 가족을 탈북시키기 위해 다시 중국에 갔는데 그곳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A씨는 중국 공안에 체포되자 북송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속였고, 공안은 A씨의 대한민국 여권을 압수한 뒤 석방하였다. 그 직후 A씨는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위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구하였는데, 중국 공안측에서 A씨가 과거 중국에서 태어나 호구부가 있다는 것을 제시하자 대한민국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은 A씨를 중국국적자로 판단하고 대한민국 국적과 주민등록을 상실시키는 조치를 취하였고, A씨의 북한 가족들은 탈북에 성공하여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게 되었으나 A씨는 검찰로부터 ‘북한이탈주민의보호및정착지원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한국에서 추방될 위기에 처하였다. A씨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대한변협에 도움을 구하였고, 본 변호사를 비롯해 10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공익소송에 나섰다. 2019년 12월 24일 대법원에서 최종선고 함으로써 무죄판결이 확정되었고 A씨는 2001년 탈북한 이후 18년만에 드디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A씨는 북한, 대한민국 정부 모두로부터 버려졌으나, 대한변협의 변호사들이 나서서 그 삶을 지켜낸 것이다.

한편, 이처럼 드라마틱한 사건과 달리 일상을 살아가는 탈북민들은 대한민국에서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2020년 여름, 탈북민 노인층(70~80대)을 대상으로 휴대폰 개통 및 대포폰 사기가 극심하였는데, 탈북민 노인들 명의로 개통된 2~5대의 핸드폰을 브로커들이 타인에게 전달하여 리니지M 게임 아이템 구입 등으로 사용하여 피해노인 한 명당 수 백만원에서 천 만원 이상의 휴대폰 요금이 청구된 사건이 있었다. 대한변협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회의 임기 공백이 있었던 2021년 5월경 탈북민 피해노인들이 도움을 요청하였고 본인은 대한변협과 무관하게 20명의 탈북민 노인들을 대리해 고소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후 다행히 최근 동 위원회가 구성되어 이 사건의 민사 소송구조는 동 위원회 변호사들이 나서기로 결정하였다. 위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대한변협의 변호사들이 탈북민 노인들을 위해 소송구조에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약자인 탈북민 노인들에게는 매우 큰 힘이 되고 있다.

같은 법조인인 판사, 검사와 역할이 다르고, 다른 전문직군에 있는 세무사, 회계사, 의사와도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에는 변호사가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데,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우리 변호사는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이후에도 대한민국 ‘인권 보호’의 최후의 보루로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인권 보호’는 변호사에게 부여된 국가적·사회적 책무임과 동시에 변호사에게 주어진 특권이기에 많은 변호사들이 함께 해나가기를 희망한다.

 

 

/박원연 변호사
법무법인 로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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