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변호사들이 국회입법조사처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정원이 적다보니 아직 생소해 하는 분들이 많다. 입법조사처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질문 받을 때가 많은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법률에 기반한 논리를 적어나가는 일은 로펌에서의 업무와 유사하다. 다만, 개별사건이 아닌 사회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하는 점, 새로운 정책이나 입법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입법조사처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국회의원의 입법·정책 질의에 답변하고, 자체적으로 발굴한 현안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를테면 인공지능 면접 현황과 개선방안을 조사해달라는 질의가 들어오면, 사실조사를 바탕으로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관련 법률을 검토하여 입법 개선방안을 도출한다. 세미나를 개최·참석하거나 국회의원 보고를 가는 일들도 있지만, 대부분 서면 업무로 이루어지다 보니 입법조사처의 하루는 조용하다. 사무실에 키보드 소리가 가득하다.

업무 환경은 조용하지만 그 업무는 따분하지 않다. 국회는 그 시대의 생생한 목소리가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주제들이 가득하다. 필자는 통신·ICT 분야를 담당하는데, 최근에는 인앱결제 금지에 대한 대응, 콘텐츠사업자의 망 이용료 지급 의무, 알고리즘 편향에 대한 대응, 지방자치단체 자가망 통신의 범위 등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보이스피싱, 휴대폰 결제 사기, 통신 소외 등 안타까운 사연도 마주하게 된다.

모두에게 이로운 입법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입법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한 부분을 건드리면 유기적으로 연결된 다른 부분이 드러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가치가 서로 충돌한다. 여러 목소리 속에서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를 골라내는 일, 즉 입법 방향을 정하는 일은 답이 없어 어렵다. 국내외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데이터를 모으고 지금까지 진행된 논의를 검토하며 고민하나, 순간순간 내 의견이 괜찮은지 의심하게 된다. 산발적인 입법이 아닌지, 기존 법리로 규율 가능한 상황에서 섣불리 이루어지는 입법이 아닌지 고민한다.

이런 고민을 통해 작성한 의견을 법률안 형태로 접할 때면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람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에 계속 공부가 필요하다. 의미있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입법 의견을 위해 학회나 세미나에 참석하고 다양한 글을 읽으며 최신 논의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원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

입법은 국민의 목소리로부터 시작되고, 국회는 이 목소리를 모아 시대 방향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이 작업에 법체계 전반의 지식과 경험을 갖춘 변호사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정중동’의 입법 자문을 경험하고 싶다면 입법조사처를 한번 고민해보시라고 권한다.

 

 

/박소영 변호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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