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외국변호사는 ‘변호사’ 표시 불가 …명칭 사용부터 바로잡아야”

외국법자문사 등록해도 원자격국 법령과 조약 등에 관한 자문만 가능

일부 외국변호사가 원자격국 표시 없이 한국변호사인 것처럼 오인하게 하고, 심지어 법률사무까지 취급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외국변호사에게도 무분별하게 ‘변호사’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법조계가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변호사법을 위반한 외국변호사 사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일부 외국변호사들이 자신을 ‘변호사’로 표현하고,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변호사 직역 침탈 행위를 자행한다는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A 외국변호사는 공공기관 등에서 개최하는 교육이나 강연 등에서 ‘변호사’ 직명을 공공연히 사용했다. 심지어 한국법에 대한 강연과 자문을 하고, 국내 유명 소송 사건에 참여해 승소를 이끌어냈다고 본인을 홍보하기도 했다.

한 법무법인은 홈페이지에 소속 외국변호사 B 씨가 수행하는 업무로 민사, 가사, 행정 등 한국변호사가 아니면 한국에서 할 수 없는 법률사무 내용을 기재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변호사법 제109조는 변호사가 아닌 자가 금품·향응 또는 그밖의 이익을 대가로 소송 사건, 비송 사건, 가사 조정 또는 심판 사건 등에 대한 법률상담, 법률 관계 문서 작성,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알선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제3자에게 금품·향응 또는 그밖의 이익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게 할 것을 약속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법원 역시 “외국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라 하더라도 변호사법 제112조 제3호에 의해 금지되는 변호사 또는 법률사무소 표시 또는 기재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0. 4. 21. 선고 99도3403 판결).

변협은 A, B 외국변호사가 각각 소속된 법인과 대표변호사를 조사위원회에 회부했다. 변호사법 위반 행태에 강력 대응함으로써 우리나라 법률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서다.

변협은 “외국변호사 자격소지자가 한국변호사 업무 범위까지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 국민이 오해할 수 있게 했다”면서 “이를 오해한 법률소비자가 외국변호사에게 한국법에 관한 법률 상담을 요청하게 되면, 외국변호사가 한국변호사에게 해당 사건을 넘기면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 ‘사건 브로커’ 행위를 조장할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외국변호사는 두 부류다. 외국법자문사법에 따라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자격승인을 받고 변협에 등록한 ‘외국법자문사’와 이런 절차를 밟지 않은 ‘외국변호사’다. 외국법자문사 등록은 원자격국에서 3년 이상 법률 사무를 수행하는 등 외국법자문사법 제4조에 규정돼 있는 일정 직무 경력이 있어야만 할 수 있다.

외국법자문사가 우리나라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는 한국변호사와 다르다. 원자격국 변호사 자격만 있을 뿐 우리나라 변호사법에 따른 변호사 자격과 업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법자문사는 외국법자문사법에 따라 국제중재사건 대리가 가능하며, 원자격국 법령과 원자격국이 당사국인 조약이나 국제관습법에 대한 자문을 할 수 있다. 외국법자문사로 등록하지 않은 외국변호사는 국제중재사건 대리 외에는 법적 업무를 할 수 없다.

변협은 외국변호사 명칭 사용·업무 범위 지침을 전국회원과 기업 등에 배포했다. 변호사법, 외국법자문사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방송국, 언론사 등 국민에게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체 등에도 주의를 촉구하기로 했다.

이종엽 협회장은 “국내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외국변호사는 변호사법상 ‘변호사가 아닌 자’에 해당해 법률사무를 할 수 없는데도 정부기관부터 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외국변호사 명칭 사용과 업무 범위에 관한 인식을 제고하고, 변호사법 위반 행태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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