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경찰 조사 입회를 다녀왔다. 성범죄 사건을 많이 하다보니, 경찰서에서 간혹 듣는 말이, “변호사님이 여자여서 … 증거물을 같이 보기가 그렇네요”다. 나는 그럴 때마다 “괜찮습니다. 제가 형사전문변호사라서, 그리고 성범죄 사건도 많이 다뤄서 이런 증거물을 늘 봅니다. 변호사이니 당연히 봐야하구요. 전혀 신경쓰지 마세요”라고 담담히 답변한다.

1차 조사를 마치고, 2차 조사 일정을 잡으면서, 수사관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주말에 조사 가능하시죠?”라고 물어본다.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주말에는 제가 저희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어렵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변호사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변호사가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주말 일정을 소화 못 한다고?’ 괜히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는 것 같고, 옆에 앉아있는 의뢰인에게도 미안한 것 같고, 변호사인 나 때문에 뭔가 일정이 늘어지는 것 같은 느낌에, 주말 헌납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실제 주말 없이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이제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말할 수 있다. “주말에는 제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어렵다”라고 … .

변호사가 천직이라고 생각되고, 변호사인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로 변호사로서의 삶이 생각보다 힘들고 팍팍하구나, 느낄 때가 참 많다. 힘든 상황에 처한 의뢰인들에게 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일 자체가 쉬지 않은 데다가, 아이들을 낳고 보니, “엄마가 언제 들어오나, 오늘은 엄마를 보나” 나만 기다리는 내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주중 거의 매일 새벽까지 홀로 서면을 쓰며 중간중간 오늘도 엄마를 그리워하며 잠들었을 내 아이들 생각에, 속도가 또 더디다. 그리고는 ‘엄마가 주말에 많이 놀아줄게!’라고 혼잣말로 다짐을 되뇌며, 다시 힘을 내본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길 바라며, 오늘 하루도 변호사로서 충실히 살고 있다.

/함인경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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