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든 고수가 있다.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 PR 분야의 ‘찐’ 대가이다. 마케팅과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거나 전공하는 이들이라면 그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그는 마케터와 마케팅의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마켓’ 버전 시리즈를 이어왔다. 새로운 책, ‘마켓 5.0’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촉발된 새로운 비즈니스 시대를 통찰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모든 대가가 그러하듯, 코틀러의 진단과 분석은 거시적이고 통섭적이다. 마켓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체계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마켓 1.0’은 제품 중심 패러다임 시대이다. 4P 전략이 주 내용으로, 제품만 잘 만들어 내고 효과적으로 유통하면 팔리는 시대인 것이다. ‘마켓 2.0’은 소비자 중심 시대이다. 고객을 세분화하고 타겟팅, 포지시닝하는 STP 전략이 중시된다. ‘마켓 3.0’은 인간중심 시대이다. 가치와 스토리 전개가 핵심이다. ‘마켓 4.0’은 디지털 마케팅 시대를 의미한다. 그리고 현재 팬데믹으로 촉발된 ‘마켓 5.0’은 인간과 기술의 융합이 강조된다. 디지털과 휴머니티의 융합시대라고 할 수 있다.

마켓 5.0 시대에 마케터가 직면하는 도전들은 세대 차이, 부의 양극화, 디지털 격차 등이다. 특히 새로운 MZ 시대의 등장과 고령화로 인한 다양한 세대의 공존은 이전과는 다른 마케팅 전략을 필요로 한다. 경제적 양극화와 디지털 격차는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한 비전을 요구한다. 따라서 마켓 5.0 시대에는 어떻게 격차를 줄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특히 차가운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따뜻한 휴머니즘과 연결하느냐가 핵심과제가 된다. 데이터로 고객의 마음을 읽고, 스마트한 기술을 통해 개인화된 고객들의 니즈에 부응하는 새로운 마케팅 전술이 부각된다. ESG 강조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AR과 VR 등 첨단 기술을 통해 고객과의 휴머니티 상호작용도 가능해진다. 팬데믹 시대, 직접 접촉이 없어도 고객에게 인간적이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마켓 5.0 시대가 구현해 내는 새로운 시장인 것이다.

팬데믹 이후, 법조계도 많은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공판이 일정 기간 중단되기도 하고, 대면 변론 상담이 제한되는 어려운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백신의 확산으로 팬데믹 공포는 완화되고 있지만, 후유증과 여진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은 법조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새로운 시대를 읽고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고자 한다면, 코틀러의 ‘마켓 5.0’은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가 아닌가 싶다. 여름 휴가에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마케팅 불변의 법칙』 (알 리스·잭 트라우트, 비즈니스맵)

『팬데믹 제2국면』 (우석훈, 문예출판사)

/장훈 한국수자원공사 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