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부천, 김포를 관할하는 인천지방법원은 약 423만 명(2020년 기준) 시민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위 지역들은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증가한 곳 중 하나로, 인천 계양, 부천 대장 등 수도권 3기 신도시 조성 및 신규 유입 사업체 증가 등으로 사업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천지역의 최근 10년간 인구 10만 명 당 고등법원 항소심 처리건수는 평균 48.2건으로, 대전, 부산고등법원 등과 비슷한 수준이며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고, 2016~2020년 10월을 기준으로 인천지방법원 민사소송 접수 건수 중 소송물가액 2억 원 이상인 고액 사건 누적건수가 9318건에 이르러 부산(1만 1175건), 대구(1만 467건)의 뒤를 잇고 있다. 또한 인천지역에서 서울고등법원까지의 평균 통행시간은 대중교통으로 96.1분, 승용차로 71.5분으로 분석되었는데, 이는 경기 남부권의 열악한 사법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수원고등법원의 경우(서울고등법원까지 대중교통 89.7분, 승용차 67.3분)보다도 열악한 실정이기도 하다.

인구 및 사건 수의 증가, 열악한 사법접근성 등 인천고등법원의 설치 필요성은 수원고등법원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서울고등법원의 비대화와 사건처리 지연으로 인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인천고등법원의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 인천광역시는 2021년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디지털 뉴딜 사업 일환으로 추진하는 ‘현실세계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 메타버스 프로젝트’ 대상 지역으로 선정되었다. 메타버스란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3차원의 가상융합현실세계를 의미한다. 또한 ‘현실세계 XR 메타버스’란 현실세계와 동일한 크기의 디지털 가상공간을 구축, 가상공간에 축적된 정보를 XR기술을 활용해 현실세계 사용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관광쇼핑편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온오프라인 결합 확장 현실 플랫폼을 말한다. 인천광역시는 2022년까지 인천국제공항, 개항장, 송도 신도시 일대에 XR생태계를 우선 구축하고, 2023년 이후에는 위 사업의 수행 결과에 따라 추가 사업 추진을 계획중에 있다. 프로젝트 진행 중 보급설치될 AR(증강현실) 글래스와 개별 스마트폰의 연동을 통해, 인천시민은 누구나 쉽게 실감 나는 정보를 제공 받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으며, 신속한 의사결정 과정을 상호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이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가상융합현실 플랫폼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첨단 기술을 변론 및 공판절차에 활용하는 것도 얼마든지 상정해 볼 수 있다. AR(증강현실) 글래스와 연동된 프로그램을 통해, 재판장님, 원고 및 피고가 다툼이 대상이 된 부동산을 함께 둘러볼 수 있고, 변호인은 현실을 반영한 가상공간인 사건 발생지에서 재판장을 상대로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하는 상황을 생생하게 변론하는 모습도 더이상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특히 이러한 새로운 사법서비스가 항소심에서 구현된다면 핵심적인 사실관계 또는 쟁점에 관한 집중적이고 정확한 심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 결과 판결에 대한 신뢰도를 보다 높일 수 있는 한편 이를 여타 재판절차에 전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도 우선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사법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시민들의 의식과 기대수준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사법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인프라가 지금 인천에 만들어지고 있다. 증가하는 인천, 부천 및 김포 지역 시민들의 사법수요를 충족하고 사법접근성을 향상시킬 고등법원이자, 첨단 기술을 접목한 심리가 이루어지는 대한민국 최초 고등법원으로서의 인천고등법원을 고대해 본다.

 

 

/조원진 변호사

인천회·법무법인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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