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판중심에서 실력을 존중하는 공정한 경쟁사회로 -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사법시험의 폐해를 극복하고 우수한 법조인을 배출하여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하에 설치된 것이다. 변호사시험법 제2조에 의하면 변호사시험은 로스쿨의 교육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시행하도록 되어 있어 교육을 통한 양질의 법률가 양성과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변호사시험을 그 합격여부로만 활용하고 있고 변호사시험의 성적을 법조직역진출에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법무부는 지난 4월 21일 제10회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1706명의 명단을 발표하였다. 그 후 로스쿨 별로 전체 응시자 대비 합격률과 제10기 초시 합격률을 공표하였다. 그러나, 법무부는 로스쿨의 교육에 긍정적 기능을 하는 채점평의 작성이나 채점기준은 물론 수석, 최연소 및 최고령 합격자의 이름과 소속의 공표에 매우 소극적이다.

변호사시험의 석차 공개에 관한 행정소송에서 지난 해 법무부가 최종적으로 패소하여 올해부터 변호사시험 성적과 그 석차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변호사시험은 비록 자격시험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법률적 지식과 능력의 객관적 검증수단이 되어 법조직역 진출에 있어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것이 일반적 상식인 것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검사의 임용절차에 있어서도 변호사시험의 성적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시험의 성적을 법조 직역진출에 반영할 수 있는 제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변호사시험의 성적을 법조직역 진출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정성적 요소와 더불어 학교별로 차이가 나고 다소 객관성이 떨어지는 로스쿨의 성적을 반영하게 될 경우에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임용절차에 역행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더구나 로스쿨 별 합격률에 의하여 포장된 로스쿨의 순위가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어느 로스쿨 출신인가를 고려하는 것이 되어 법조시장에서 객관적이고 공정성이 담보된 실력에 의한 진검 승부가 아니라 오도된 로스쿨의 서열이라는 간판에 편승하는 무임승차가 가능하게 된다. 무엇보다 변호사시험에서의 성적은 미국의 심리학자 루친스가 말한 ‘초두효과(初頭效果, primacy effect)’를 형성하기 때문에 변호사시험의 성적을 법조직역진출에 활용하는 것은 간판중심의 사회에서 실력을 존중하는 공정한 경쟁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변호사시험의 성적을 형식적으로 로스쿨 별 합격률 차원에서 로스쿨의 서열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합격자 각 개인의 실력의 측면에서 제도적으로 활용하게 된다면, 로스쿨의 타이틀에 연연하여 로스쿨에 입학한 후 다른 로스쿨 진학을 위하여 한 학기를 허송으로 보내는 반수생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법무부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시험 합격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변호사시험 성적을 검사임용이나 재판연구원 선발, 국가직 공무원 채용 시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공직임용 시스템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형 로펌의 경우 자체적으로 경쟁적 선발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하지만, 1학년이나 2학년 방학 중 인턴과정을 거친 후 특정 로스쿨을 중심으로 입도선매(立稻先賣)식으로 채용하는 방식 일변도에서 벗어나 변호사시험에서 탁월한 성적을 낸 우수한 잠재 역량을 갖춘 인재에게도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법무부는 로스쿨 별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라는 단선적인 기준으로 로스쿨의 서열을 오도할 것이 아니라, 변호사시험에서 가장 많은 불합격자를 배출한 로스쿨의 순위와 그 반대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로스쿨 순으로 알리면 로스쿨 서열은 큰 의미가 없게 된다. 오히려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시 전체 수석, 최연소자 및 최고령자를 공표해 변호사시험의 위상을 높이고, 변호사시험의 합격증을 수여하면서 이유제시의 관점에서 성적표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시험의 성적표에 과목별로 구분하여 성적과 석차를 명기하면 각종 채용기관에서 가중치를 두어 법률지식과 능력을 검증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변호사시험의 성적을 공직임용과정에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것은 능력주의에 비추어 보거나 공정한 임용절차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

 

/김용섭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