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서적 중에는 유독 ‘이론과 실무’라는 제목을 단 것이 많다. 이론적인 깊이와 실무적인 감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책이라는 저자의 자부심이 담긴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론과 실무 사이의 괴리를 당연히 전제하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정법규와 그 해석이 다르고, 법의 일반적인 해석과 구체적인 사건에의 적용이 다르고, 실체법적 판단과 그 절차가 다르고, 제도의 설계와 집행 기관의 관행이 다르므로, 이론과 실무가 같으리라는 생각이 오히려 순진하다.

새내기 송무 변호사가 겪는 시행착오도 대부분 실무에 대한 무지에서 온다. 로스쿨에서 진행되는 민사재판실무, 형사재판실무, 변호사실무, 법문서작성 등 여러 실무수업은 외견상 실무적인 커리큘럼으로 짜여져 있지만, 실은 변론에 대한 이론적 교육에 불과하다. 애초에 실무는 학교에서 가르치기 어려운 것이어서, 가장 훌륭한 로스쿨조차 예비 법조인에게 변론의 실무를 실질적으로 전수할 방법은 없다.

예컨대, 처음 사건을 의뢰하려는 의뢰인에게 무엇을 물어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실관계를 취사선택하여 법률적 주장을 구성하고 그 뒷받침을 위한 추가 증거자료를 요청해야 하는지, 소송 과정에서 어떤 결정을 변호사가 주도하고 어떤 결정을 의뢰인에게 맡겨야 하는지, 어떻게 사실관계를 장악하고 법적 쟁점을 시각화하는지, 우호적 또는 적대적 증인신문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변론기일에는 무엇을 말하고 의뢰인에게 어디까지 보고하여야 하는지 등 무수히 많은 변론의 기술은 교실에서 전수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다. 그리고 사뭇 무난하게 돌아가는 듯한 송무 사건의 이면에는 훌륭한 선배 변호사로부터 보고 배운 실무적 판단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실무수습을 두고 법무부와 대한변협의 갈등이 적지 않다. 법무부 예산지원 중단으로 연수과정이 형해화되면서 실무수습의 취지를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워 문제라고 한다. 새내기 변호사가 한 사람의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론과 실무의 양 날개를 달아주어야 한다. 이론만 채운 변론으로는 의뢰인의 권리를 지키기 어렵다.

/이문원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유한)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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