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 사상 초유 통행중단 사태

지난 3월 23일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된 에버기븐호가 3월 29일 오전 가까스로 인양되어 사상 초유의 운하통행 중단사태는 일단락되었다. 장장 일주일 가까이 전 세계 물류대란을 야기했던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고원인 추정도 분분할 뿐더러 ‘아마겟돈 시나리오’에 비유될 정도로 보험금 청구가 복잡하게 연쇄되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들을 비교하여 살펴보면, 사실관계 자체는 일치하나 구체적인 손실추산방법이나 보험금청구 가능주체에 대해서는 제각각이다. 선박운송은 육상교통에 비해 훨씬 대규모, 장기간, 고운임의 특성을 가지므로, 당연히 이를 규율하는 해상법과 해상보험도 일반 법리와는 다른 양상을 띠게 마련이다.

사고원인에 대한 합리적 추정

우선 좌초사고의 책임소재를 정확히 따져보기 위해, 사고원인에 대한 합리적 추정이 필요하다. 에버기븐호의 운항사는 사고 당시 부근 사막으로부터 강풍이 불어 배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었다고 하나 22만 톤에 달하는 배가 웬만한 바람에 휩쓸리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사고 영상분석에 따르면, 배의 속력이 규정된 속도보다 빨랐고 항로가 중심에서 제방쪽으로 치우쳤다고 한다. 이때 제방과 제방에 가까워진 배 사이의 유속이 증가하고 압력이 감소함에 따라 배의 좌우현이 불균형을 이루게되고 선수가 제방쪽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Bank Cushion Effect), 이는 도선사나 항해사들 사이에서 이번 사고의 유력한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에버기븐호는 선체가 제작된 지 3년 남짓 되었고, 독일의 선박전문관리업체가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어 선체 노후화나 관리 소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므로, 결국 선장의 운항과실 책임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책임소재에 따른 보험금 청구의 방향

만약 이번 사고가 순전히 사막돌풍으로 인한 천재지변이라면, 선장과 선주 및 이들이 가입한 보험사는 사실상 면책되고, 천재지변 사유에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약이 있는 보험으로만 피해보상이 가능할 것이다. 에버기븐호의 건조사와 선주는 각각 일본의 이미바리 조선사와 쇼에이 기선사이고, 운영사는 대만의 에버그린 해운사인데, 해당 선박은 장기용선계약(운영사는 하역 및 운반해 달라는 요청만 하고 선원 고용 및 선박 운항은 선주가 담당하는 형태)에 따라 법률상, 선주가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에버기븐호는 선체보험을 일본 MS&AD에, 책임보험을 영국 P&I클럽에 가입한 상태이다. 영국 P&I클럽은 13개 선주상호보험 중 하나로 최대 30억 달러(한화 3조 4000억 원)의 손해를 커버할 수 있다.

선박보험은 워낙 보험금이 고가인 지라 선박보험사는 재보험에, 재보험사 역시 재재보험에 드는 등 사실상의 보험연합체를 이루기 때문에 선박보험사는 파산확률이 적은 반면, 쇼에이 기선사는 최종 산정된 피해액수 및 실제 보상받는 보험금액에 따라 파산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사고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는 ① 수에즈운하관리청의 제방준설 비용(추후 복구비용 포함) 및 통행료 수입 손실, ② 쇼에이 기선사의 예인선 사용료 및 전문구난업체에 대한 비용 지불액, ③ 체류 중인 타 선박들의 운행지연 손실 및 부패염려 있는 화물손상 등으로 거론된다.

다만, ③의 경우 ①, ②와 달리 간접손해여서 직접손해만을 보상하는 해상보험의 특성상 청구가 어려울 수도 있다. 실제로 적하보험의 경우 따로 운송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이상 지연손실은 보험사 면책이 원칙이므로, 이는 위 P&I클럽에 간접손해도 책임진다는 특약이 있어야 청구가 가능할 것이다.

한편, 항로를 우회한 선박의 추가발생 운임손실 역시 간접손해인바 보상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살펴보면, 이는 손익상계의 원칙상 계속 대기하다 사태 정상화 이후 수에즈 운하를 이용했을 때의 손실분에 한해 보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선박이 대기함에 따라 절약할 수 있었을 유류비와 대기했어도 정상운항까지 소요되었을 추산시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사고의 여파 및 교훈

이번 사고에 따라 역설적으로 수에즈 운하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일본 선박에 대한 품질 의혹으로 수주가 몰린 한국의 조선사 주가가 오르고 있으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 해빙으로 북극항로가 수에즈 운하의 대체항로로 언급되는 등 그 파장이 상당하다. 법률가들에게도 이번 사고가 모처럼 해상법 및 해상보험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신성민 변호사

법률사무소 로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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