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입법권보다 사실상 부처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드는 것은 국회의 예산·결산 심사권이다. 매해 결산 또는 예산 심사가 다가오면 각 부처의 예산담당자들은 여의도를 분주히 오고간다. 특히, 다양한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예산 시즌에는 부처의 높으신 분들도 총출동해 각 상임위의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 그리고 그 핵심인 예산안조정소위원회(흔히 ‘계수조정소위’) 위원들뿐만 아니라 실무책임 보좌진까지 만나려고 분주히 움직인다.

국회에 제출되는 정부 예산안은 기획재정부가 전년도 12월부터 올해 9월 국회 제출 전까지 모든 부처와 함께 씨름하며 마련한 안이다.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각 상임위 예비심사를 거친다. 허무하게도, 상임위 예비심사는 예결위를 구속하지 못한다. 다만, 16대 국회의 국회법 개정으로 상임위가 삭감한 세출예산을 예결위가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경우에만 해당 상임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회 선례집에 따르면 지금까지 소관 상임위의 동의를 얻어 삭감예산이 증액된 사업은 19건이고, 새로 비목이 설치된 경우는 28건뿐이다.

결국 핵심은 예결위, 그것도 계수조정소위이다. 예결위가 가진 예산 권한이 크기 때문에 예결위원은 의원들의 당적 뿐 아니라 지역배분을 고려해 구성된다. 예결위, 특히 계수조정소위에 속한다는 것은 지역주민에게는 자랑할 만한 일이기 때문에 의원님들은 자신의 낙점 소식을 접하면 보도자료 작성을 주문하기도 한다. 계수조정소위가 심사해 보고한 소위원회 안은 통상 그대로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채택되며, 지금까지 단 2번의 경우만 소위원회의 안이 전체회의에서 수정된 바 있다.

소위 심의과정을 밀착 담당한 보좌진의 각 부처 ‘후일담’을 경청하는 것은 매해 흥미있는 일이다. 여기에 덧붙여 토막상식을 소개하면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의 회의는 제15대 국회 국회법 개정(2000년 2월 시행)으로 비로소 공개되어 회의록이 남게 되었다. 늘 구술로 전해들은 내용보다 회의록은 훨씬 건조한데, 그만큼 소위에 논의될 사안으로 담겨질지에 대해서까지 치열한 논쟁이 있지 않았을까 추단할 뿐이다.

결산도 비슷한 과정을 겪으며 국회 심사를 거친다. 다만, 결산의 성격상 더욱 직접적인 ‘행정부에 대한 감독’ 성격을 가지고 있어 ‘미니 국감’이라고도 칭해진다. 결산의 결과에 따라 국회는 변상, 징계, 시정, 주의, 제도 개선 등 5개 유형의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 이 시정요구는 국가재정에 대한 통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3년 국회법에 도입되었는데, 국회는 2010년 이후 매년 1000건 이상의 사항에 대해 시정요구를 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부대의견의 이름으로 정부에 정책방향을 제시하거나 제도개선을 촉구하기도 하지만, 부대의견은 국회법에 근거를 두지 않으며 정부에 대해 조치 및 보고의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이제 필자도 결산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

 

 

/강지은 변호사

국회의원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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