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웅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영사

행정법학에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하는 이론서가 출간됐다. 이 책은 평생 독일행정법학을 국내에 소개·보급해 온 행정법학계의 저명한 원로학자이자 학술원 회원인 김남진 전 고려대 법대 교수의 거듭되는 출판 권고에 따라 발간됐다는 사실부터 흥미롭다.

책의 시작은 최근 우리나라 행정법을 비롯한 공법이론의 탈일본화에 이어서 탈독일화를 선언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31페이지의 머리말이다. 최선웅 교수는 이미 2003년부터 국적불명의 수입용어인 ‘기본권’이라는 용어부터 추방되어야 하고, 그 대신 ‘헌법상의 국민의 권리 즉 헌법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 전력이 있을 정도로 개념 있는 한국적 법치주의의 확립을 주장해왔다. 향후 이런 류의 주장이 독일법학의 절대적인 영향권 내에 있는 우리나라 법학 전반에 걸쳐 확산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책에서는 재량이론과 행정쟁송은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효과재량설 및 불확정법개념과 판단여지, 계획재량 등 독일의 재량이론의 수입은 그 전제가 되는 독일행정소송의 직권탐지주의를 간과한 반쪽짜리 수입에 불과한 것이라고 통렬히 비판하면서, 이러한 수입은 우리나라 행정소송실무를 비롯해서 행정소송법과 헌법 규정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일침을 가한다. 우리나라 행정소송법은 실체적인 공·사익을 변론주의와 직권탐지주의가 절충된 절차에서 적절하게 형량하여 조정하는 방식 즉 “실체에 값가는 절차”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입법역사상 그 유래를 찾기가 어려운 “한국적 법치주의의 금자탑”이라고 평가한다.

한편, 오늘날 독일의 재량이론을 비롯한 공법이론은 EU 구성국가를 비롯한 영미법계 국가로부터 적법절차라는 도전에 직면하여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될 심각한 위기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면서, 오히려 역으로 독일 측에다가 이런 국가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행정소송에서의 변론주의와 직권탐지주의의 절충에 근거한 재량이론을 적극 수입해갈 것을 권고하는 이색적인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재량,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에 관하여 한국적 법치주의에 근거한 다수의 독자적인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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