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캐’와 ‘부캐’. 온라인 게임에서 주로 쓰던 용어다. 여러 개의 주인공 캐릭터(character) 생성이 동시에 가능한 게임에서, 주로 사용하는 인물을 본(本) 캐릭터라고 하는데, 준말이 ‘본캐’다. 그리고 ‘부캐’는 말 그대로 부수 캐릭터다. 요즘 ‘부캐’는 현실 상황에서 다른 사람처럼 변신하여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한다는 의미로 활용된다. 더 나아가 본업 외에 부업을 여럿 가진 사람을 ‘N잡러’(N개의 job을 가진 사람)라고 불렀던 몇 년 전과는 달리, ‘부캐’는 ‘본캐’로서 자신의 직업과 함께 제2의 직업을 의미하기도 한다.

필자도 ‘부캐’의 붐이 일어나기 전부터 ‘부캐’를 잘 활용한 경우다. 변호사이면서 박사로 활동하는 동시에, 학교에서는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클래식 잡지에 매달 칼럼을 기고하는 9년차 문화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한편, 국어사전에서는 ‘사내 변호사’를 기업에 고용되어 기업 내부의 법률 자문 업무를 맡는 변호사라고 정의한다. 물론, 이때의 기업이 상법상의 각종 회사에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변호사 자격을 소지하고 공공기관에 소속된 자 역시 ‘사내 변호사’라는 범주로 포함될 수 있다. 소속된 곳에 따라 개별적인 법적 현안 이슈를 자문하고 해결하되, 해당 기관 소속으로 상주하며 법률사무를 처리하고 경영에 관한 법적 조언을 하는 변호사를 ‘사내(社內)’ 변호사라 하겠다.

이러한 사내 변호사는 특정 소속이 있다는 것만으로 ‘본캐’와 ‘부캐’를 동시에 가진다. 사내 변호사는 법령에 대한 해석이나 업무 철학에 있어, 자신의 사주(社主) 또는 주주 등에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회사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속된 기관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기관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며,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할 의무를 지는 변호사로서의 역할도 지고 있다.

사내 변호사의 ‘본캐’와 ‘부캐’ 사이에는 때로 이해관계충돌이 발생할 수 있어, 두 가지 캐릭터를 담아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 ‘본캐’와 ‘부캐’가 헷갈릴 수도 있고, 여차하면 ‘부캐’가 ‘본캐’를 호도하는 일도 생길지 모른다. 그런데 무엇이 ‘본캐’일까? 소속된 기관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일까? 변호사로서의 공공성을 지닌 성실한 직무 수행일까?

필자는 ‘본캐’란 사실 본인 자신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부캐’일지는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사내 변호사이든 ‘변호사’이든 본인에 대해서는 ‘부캐’일 뿐이다. ‘부캐’ 간에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따지다가 하나의 ‘부캐’에 스스로가 잠식되기보다는 변호사 그리고 사내 변호사로서 어느 쪽으로든 스스로의 삶과 인생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그 균형점을 잘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재훈 변호사·KISTEP 연구위원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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