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 임대차 계약서 특약사항에는 관행처럼 ‘현 시설 상태의 계약임’을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계약 시에 그 법적 의미에 대해 구체적 설명, 합의, 기재가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규범적 해석에 따르더라도 양 당사자, 공인중개사가 어느 시점에 현장을 방문했는지, 그때 시설 상태는 어떠했으며 어떻게 판단됐는지 해석이 쉽지 않다. 특히 공실이 아니고 임차인이 짐을 두고 거주하고 있어 3자간 시설 상태 확인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동일한 특약에 대해 양 당사자, 공인중개사가 동상이몽을 한다.

매도인은 민법 제584조의 반대해석상 담보책임면제의 특약은 가능하므로, 민법 제580조 제1항의 하자담보책임의 면제 특약이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판례 중에도 ‘현 시설물 상태’로 매매하기로 특약한 점을 담보책임 면제, 포기 판단의 근거로 본 경우가 있다. 다만 매매계약 대금은 21억 3500만 원인데 비해 원고가 단열, 방수 공사 등으로 지출한 공사비(원고 청구금액)는 1558만 원으로 매매대금의 0.7%에 불과했고 원고가 공사했다는 부분이 이 사건 건물의 벽면 균열 등 하자로 생긴 것을 인정할 객관적 자료가 없었으며, 매매계약 체결과정에 ‘옥상수리비만도 5000만 원 이상 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던 20년이 경과한 건물 사안이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반면 매수인은 계약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구체적 하자가 기재되지 않은 한 담보책임면제의 특약이라고 볼 수 없는 통상의 기재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녹취 등으로 매매계약 시 하자 및 그 담보책임 면제 논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판례 중에도 “이러한 기재는 아파트의 매매에서 일반적으로 기재되는 내용으로 주로 장기간의 사용에 따른 통상적인 마모, 감손 등을 염두에 두고 기재된 것으로 보아야지, 이 사건 각 현상, 특히 광범위한 마루판 침하와 같은 현상으로부터 매도인을 면책하고자 하는 취지로 보기 어렵다”며 매매계약 대금이 2억 8500만 원인 부동산에 대해(공평의 원칙상 30%를 감경하여) 1043만 원의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인정한 사안이 있다.

협상력에 지장이 없으면서 유리한 법적 효과를 받을 수 있는 
계약서 작성이 중요한 대목이다.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사법 제25조(중개대상물의 확인·설명), 제33조(금지행위) 위반이 되면, 제36조(자격의 정지), 제49조(벌칙), 제51조(과태료)의 제재를 받게 된다. 따라서 계약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충실한 기재 및 설명을 하고, 녹취할 필요도 있다. 알았던 하자임에도 계약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기재하지 않았던 경우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피고 또는 증인이 될 수도 있다. 하자 설명 및 담보책임면제 특약이 인정되는 것이 유리하므로 매도인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볼 수 있으나 사실에 반하는 증언 시 위증죄가 성립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협상력에 지장이 없으면서 유리한 법적 효과를 받을 수 있는 계약서 작성이 중요한 대목이다.

 

 

/문형식 부동산 전문변호사

서울회·중원종합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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