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과 검찰에 대한 얘기다. 애당초 어느 한 쪽이 부러져야 끝날 것 같았다. 뺏으려는 자와 수성하려는 자의 싸움이었다. 정국이 흔들렸다. 신문 1면부터 안쪽 지면까지 도배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바람 잘 날 없다’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싸움의 발단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였다. 2019년 여름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취임한 지 한달여 쯤 지난 무렵이었다.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수사는 반년 가까이 진행됐다. 조 전 장관이 재판에 넘겨지고 일가 대부분이 구속됐다.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선 이런 생각이 들었을지 모른다. ‘검찰, 너흰 역시 말로 해선 안 되겠구나.’

문 대통령은 검찰을 멀리 했다. 검찰을 가까이 한 그동안의 대다수 정권과 달랐다. 오히려 개혁 대상으로 삼았다. 사연도 있다. 그는 십여 년 전 검찰 수사로 친구를 잃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감정이 좋을 리 없다. 문 대통령은 검찰을 개혁하는 데 조 전 장관과 윤 전 총장을 적임자로 세웠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해도, 윤 전 총장은 다를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는 검사였고, 검찰은 검찰이었다. 조 전 장관은 물론 일가를 모두 털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금까지 (조 전 장관이)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조 전 장관 낙마 이후 싸움은 ‘원 사이드’했다. 정권이 밀어붙였다. 검찰 상징과도 같은 인지 수사 부서인 특수부를 조직 개편이란 명분 아래 공중분해시켰다. 거대 여당이 지원사격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출범으로 검찰 수사권을 반토막냈다. 여기에 직접수사권 완전 폐지를 지향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입법까지 추진했다. 버티던 윤 전 총장이 옷을 벗었다. 다툼은 일단락됐다. 물론 종전선언은 아니다. 검찰이 백기투항한 것도 아니다. 윤 전 총장이 사퇴문에서 그랬다. “검찰에서 할 일은 여기까지지만,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위해 힘을 다하겠다.” 무대를 바꿔 싸워보겠단 의미로 들렸다.

2라운드 무대는 차기 대선이 유력하다. 현재까진 그렇다. 윤 전 총장이 이기면 상황은 역전된다. 검찰이 다시 칼끝을 겨누게 될 거다. 향후 역사 교과서에도 실릴 ‘피의 숙청’이 될 수도 있다. ‘반드시 당한 거에는 복수를 해줘야 하는 게 아주 복잡한 정치 엔지니어링의 철학이야’라는 한 영화의 대사처럼 말이다. 반대로 현 정권이 이기면 상황은 매듭지어진다. 검찰개혁의 마침표다. 윤 전 총장은 ‘못된 정치 검사’로 기록될 거다. 역사는 승자의 편이다. 누가 이겨 역사를 쓰게 될까. 이 우매한 질문을 풀 답은 국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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