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법안들이 성안된다. 성안된 법안이 세상의 빛을 보려면 국회법 제79조에 따라 의원 1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 법안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얼마나 시급한 사안인지는 묻지 않는다. 원하는 시기에 법안을 발의시키려면 대표발의자인 의원을 제외하고 최소한 9개 이상의 의원실이 도와줘야 한다.

문제는, 공동발의한 법안의 내용에 따라서는 의도치 않게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법안 자체가 정치적 함의를 가지는 경우도 있고, 의원의 평소 입장과 상반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각 의원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공동발의 요청이 온 법안들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보좌진에게 폭넓은 재량권이 있는 의원실도 있는 반면, 하나하나 의원이 직접 검토해야 하는 의원실도 있다. 의원실에서 급하게 발의 시점을 잡아 준비를 해도 다른 의원실의 동의 서명을 받으려면 각 의원실의 확인 절차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다른 의원의 찬성 서명을 받는 가장 빠른 방법은 대표발의자인 의원이 직접 동료 의원들에게 연락하는 것이다. 텔레그램을 주로 이용하나 급한 경우 직접 전화를 할 수도 있다. 그러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빠른 서명을 받을 수 있다. 주로 꼭 발의를 해야되는데 지지부진한 경우, 아니면 시급한 사안이라 발의 시점이 중요한 법안일 경우 의원이 직접 나선다. 정말 중요한 법안일 경우에는 ‘친전(親展)’ 형태로 각 의원실에 서신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바쁜 의원이 모든 법안에 직접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보좌진들끼리 연락을 해서 공동발의자를 구한다. 공동발의 요청문을 작성하여 회관 1층에 있는 각 의원실의 사서함에 넣어 놓는 방법을 주로 많이 이용한다. 아니면 친분이 있는 보좌진끼리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여 법안 검토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서로 한 번씩 도와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품앗이 관계가 성립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정부 부처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법안들도 있다. 이러한 법안은 아무래도 의원이 필요성을 느끼고 발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원실 업무에서 후순위로 밀리기 마련이다. 그러면 해당 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른 의원실에 공동발의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시민단체나 지자체가 관심을 갖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법안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옥석을 가려내어 세상의 빛을 보게 하는 것도 보좌진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비대면이 강조되면서 국회도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한 전자 발의를 적극 이용하고 있는 추세다. 클릭 한 번으로 발의 절차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수많은 법안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버거운 작업임이 분명하다. 그 법안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고민해 봄직하다.

 

 

/장세창 변호사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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