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1권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얼마 전에 나온 2권을 설 연휴에 단숨에 읽었다. 저자인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는 독일의 유명한 형사전문변호사로서 1500여 건의 사건을 다루었는데 그 중 특이한 사건을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범죄사실만 보면 대부분 엽기적이며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킬만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러한 범죄자를 변호하는 것조차 욕을 먹을 만한 사건이다. 집단 성폭행, 상습적인 아동 성추행, 대동맥을 단칼에 끊는 미녀 살인청부업자의 등장, 잠자던 남편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 마약공장을 차려놓고 제조하다가 걸린 사건 등 모두 사회면 1면을 장식하며 네티즌들의 비난의 댓글이 무수하게 달릴 만하다.

저자는 말한다. “살인자를 섣불리 욕하지 마십시오, 함부로 동정하지 마십시오, 죄를 묻고 책임을 따지는 일에 분노와 동정은 아무 소용 없습니다. 변호는 살인자에게 남은 마지막 권리이고 나는 그들을 변호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조금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 엄청난 흉악범에게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조언한다.

살인자, 흉악범을 변호하는 변호사가 여론과 대중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는 한국 현실에서는 딴 세상 이야기같다. 얼마 전 변협에서도 성명을 발표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피고인에 대해 변호받을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살인자에게도 인생이 있고 피해자에게도 인생이 있다. 저자는 인생 깊은 심연에 들어가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그것을 권하는 것 같다.

상습적으로 폭행 당하던 부인이 짐승같은 남편을 살해할 마음을 먹는다. 남편이 어린 딸을 범하겠다는 말을 듣고서다. 뜬 눈으로 밤을 새다 새벽녘에 어른 키만한 조각상을 들고 잠자던 남편의 뒤통수를 때려서 죽인다. 고의 살인죄를 면할 수 없으며 정상참작만이 가능하다. 적어도 3~4년의 실형을 감수해야 한다. 저자도 그렇게 변호했다. 그런데 나이 지긋한 판사는 정당방위로 무죄를 선고하고 검사에게 항소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나중에 기록을 다시 보면서 범인은 매 맞던 아내를 동정하던 내연남이었고 판사가 이를 알고서 살아남은 자들의 새 출발을 축복하고자 했던 의도임을 알게 된다.

살인자를 변호하며 생명이 잉태하는 부활의 변호를 모든 변호사는 꿈꾼다. 형사변호는 인간의 자유와 권리 보호라는 변호사의 초심을 일깨운다. 한국의 변호사들은 불행히도 형식화된 국선변호절차로 인해 형사변호의 기회를 점점 박탈당하고 있다.

미국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유명 로펌들도 국선 변호같은 사건을 의무적으로 한다. 그리고 신입 변호사가 사건을 무죄로 이끌어 그도 유명해지고 로폄의 명예도 드높인다. 우리 나라에서는 국선변호의 질적 도약이 절실해 보인다. 변호사 공익활동에 국선형사변호가 포함되고 로펌에게도 일정 사건이 의무적으로 배당되고 로펌의 우수한 변호사가 이를 담당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지 않을까.

 

 

/정대화 변호사

서울회, 법무법인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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