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계는 2021년 2월경 거대한 회오리에 휩싸였다. 소위 잘 나가는 프로 배구선수들이 학창 시절 학교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선수로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소속 구단은 해당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했고, 대한배구협회에서도 국가대표선수의 자격을 박탈하고 향후 지도자로서의 활동도 제한하는 징계 조치를 단행했다. 프로배구를 관리하는 한국배구연맹은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징계 근거 조항이 없으므로 징계할 수 없지만, 학교폭력에 중하게 연루된 선수 등 인성 부적격자에게 프로 선수로서의 진출 기회를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대한체육회나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선수 간의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학교 폭력 사안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사후약방문격이지만 위 일련의 조치들이 일회적인 대증요법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스포츠의 문화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스포츠계의 어두운 측면이다. 성적 만능주의에 매몰되어 지도자는 선수를 지도하는데 있어서 폭력적인 지도 방법이 성적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착각에 빠져 그러한 지도 방법을 고수하기도 한다. 그런 분위기에서 선배 선수가 후배 선수의 기강을 잡는다는 핑계 아래 폭력을 행사하는게 용인됐다. 다른 사람에게 하소연하면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함부로 공개할 수도 없이 속으로 앓을 수 밖에 없이 지내다가 선수 생활을 포기하거나 평생 어린 시절의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불행이 생기는 것이다.

공인이라고 할 수 있는 유명연예인이나 운동선수는 모든 것이 대중에게 노출돼 있어서 조그마한 흠결이 있어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한편 억울해 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타의 자격이 있는 사람이 스타로서 대접받아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SNS 시대에 언제든지 그들의 사생활은 공개될 수 있고 그들의 과거 행적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처신에 있어서 더욱 조심해야 하는 이유이다.

다만 운동선수에게 인성의 척도를 어떻게 매길 것인가 등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예를들면 학교 폭력의 경우에도 2004년도부터 시행된 ‘학교폭력법’에 따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의결 등 정식적인 절차에 의하여 조치를 받은 경우인지 아니면 알려지지 않다가 장기간, 특히 10여 년이 지난 상황에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피해자의 폭로는 구분되어야 한다.

물론 가해 선수를 옹호하고자 함은 아니다. 선수 생명이 길지 않은 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되는 것은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징계에 있어서 징계시효의 검토도 필요하고 징계양정에 있어서도 비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인성이냐 실력이냐’를 두고 선택하라면 당연히 ‘인성’이지만 법조인이자 상벌위원으로서 구체적인 사안에 적용하려니 쉽지 않다.

 

 

/이장호 변호사

법률사무소 케이앤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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