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법 집행절차와 관련한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된다. 현장조사 시 조사 공문 교부를 의무화하고, 조사과정에서의 기업의 의견 제출ㆍ진술권을 법에 명시하는 한편, 자료의 열람복사 요구권을 강화하는 등 공정위 사건처리 전반에서 공정위 심의를 받는 기업(이하 ‘피심인’)의 절차적 권리 보장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특히 피심인의 절차적 권리 중 하나로 열람복사 요구권을 규정한 공정거래법 제52조의2는 자료 제출자의 동의가 있거나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열람복사를 허용하는 현행 방식에서 영업비밀 자료 및 자진신고 자료, 기타 법률에 따른 비공개 자료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열람복사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으로 개정하여 피심인의 방어권을 강화하였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법 개정 취지에 맞춰 피심인이 심의 전 증거 자료를 확인하고 효과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열람 복사의 방법 및 세부 절차를 규정한 ‘자료의 열람복사 업무지침(이하 ‘지침’)‘을 제정하여 지난해 12월부터 시행 중이다.

피심인의 열람·복사 요구권을 폭넓게 보장하되, 증거자료에 포함된 피심인의 경쟁자 또는 거래상대방의 영업비밀도 함께 보호되어야 한다. 불가피하게 공개하는 경우에도 영업비밀 유출에 따른 불측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그 방식 및 인원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침을 통해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과 자료 제출자의 영업비밀 보호라는 상반된 요청을 조화롭게 달성하기 위하여 EU 경쟁당국이 활용하고 있는 데이터룸(Data Room) 제도와 유사한 제한적 자료열람제도를 도입하였다.

제한적 자료열람이란 공정위의 허가를 받은 기업의 외부 변호사가 공정위 청사내 마련된 제한적 자료열람실에 입실하여 영업비밀 자료를 열람하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제한적 자료열람실에서는 영업비밀 자료의 비밀성을 보장하기 위해 2인 이상의 공정위 소속 공무원이 상시 입회하여 열람상황을 감독한다. 제한적 자료열람실에서는 휴대폰·노트북 등 일체의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되며, 어떠한 자료도 제한적 자료열람실 밖으로 반출할 수 없다. 자료를 열람하는 변호사는 입실 전에 해당 영업비밀을 피심인에게 공개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며, 피심인도 변호사에게 영업비밀을 요구하거나 제공 받지 않을 것에 동의한다.

제한적 자료열람실에서 피심인의 외부변호사는 제한적 자료열람실에서 증거의 존재 및 내용을 확인하고 증거와 행위사실 간의 관련성 및 심사보고서에 담긴 정량 분석의 정확성 등을 검증하며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열람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이 열람보고서만이 유일하게 제한적 자료열람실 밖으로의 반출이 허용되고 피심인에게 공개된다. 다만 열람보고서에는 영업비밀이 직접 기재될 수 없으며, 공정위가 확인하여 영업비밀이 포함되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해당 내용의 삭제를 요구하거나 적절한 표현으로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자료를 열람한 외부 변호사가 영업비밀의 당부를 다투거나 상세한 변론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영업비밀을 직접 기재한 비공개 열람보고서를 작성하여 공정위에 제출할 수 있다. 다만 비공개 열람보고서는 공정위 위원 및 소속 공무원에게만 공개되고 피심인 등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공개가 금지된다. 변호사가 심판정에서 비공개 열람보고서에 기재된 영업비밀을 발언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피심인이 일시 퇴정한 상태로 분리 심리를 진행하는 등 심의과정 전반에서 영업비밀이 피심인에게 유출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한다.

제한적 자료열람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혹여 영업비밀이 유출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공정위의 법집행에 악영향을 미치고 공정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으므로 엄중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해당 변호사 및 기업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도록 조치할 것이며, 해당 변호사는 공정위 소속 공무원과의 접촉이 5년간 금지된다. 대한변호사협회에도 해당 변호사의 징계를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대한변호사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상시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특히 양 기관은 제한적 자료열람과 관련하여 비밀유지의무 위반 사건이 발생할 경우, 제재 및 재발 방지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

제한적 자료열람제도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변호사 윤리가 담보되어야 하므로 공정위는 지속적으로 제도를 홍보하고 안내할 예정이다. 또한, 공정위 심의절차가 기업과 변호사, 일반 국민 모두로부터 더욱 신뢰받을 수 있도록 제도의 시행 과정에서 여러 의견들을 경청하며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공정위와 대한변호사협회 간의 적극적인 소통과 업무협조를 통해 양 기관 간 상호 존중과 이해가 깊어지는 한편, 제한적 자료열람 제도가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과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단단히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오규성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