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회사와 공공기관에서 금융·부동산 업무를 다룬 지가 10년이 다 돼갑니다. 사내변호사의 역할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그 중 중요한 업무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계약서 검토입니다. 제가 지난 1년간 검토한 계약서 건수를 세어보니 700~800건 정도 되더군요. 모든 계약서를 철저한 사실관계 파악하에 꼼꼼히 검토하는 게 당연하지만, 실제 시간에 쫓기다 보면 그것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 시도할 만한 방법이 바로 표준계약서를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법률검토라는 게 케이스별로 고유한 특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완전한 표준화가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어느 정도 패턴이 있는 계약서에 사내변호사의 노하우와 정성이 투입된다면 실무진들이 그리던 표준계약서가 탄생할 여지도 충분합니다.

우선 표준계약서 작성 대상을 잘 선별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고, 어느 정도 정형화된 사실관계에 기초한 계약서여야 합니다. 다음으로 사내변호사의 다양한 계약서 검토 경험에 기초해 목공이 공예품을 만들 듯 세부 조항을 고치고 다듬는 작업이 반복돼야 합니다. 기본적인 얼개가 완성되면, 표준계약서를 활용할 실무자들로부터의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합니다. 검토자와 의뢰자가 각자 포커스를 둔 부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통해 그 간극을 해소하는 과정은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표준화된 계약서를 사내구성원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입니다. 알고 있는 사람이 활용할 수 있는 법입니다.

주의할 점은 표준계약서는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실무자들에게 제공하는 툴이므로, 사용을 강제하기보다는 각 상황에 맞게 조정할 여지를 두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업계의 새로운 이슈 및 실무진의 니즈를 정기적으로 반영해 업데이트하는 작업도 요구됩니다. 회사가 효율성의 극대화를 도모하는 조직임을 생각한다면, 사내변호사도 표준화의 미덕을 발휘해 그에 보조를 맞춰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를 통해 절감된 에너지를 비표준화된 다른 케이스에 쏟는다면 사내변호사 개인에게도 이로울 겁니다.
 

 

 

/김종운 변호사

리딩투자증권 준법감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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