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한변호사협회와 각 지방변호사회 선거가 종료됐다. 휴업 상태로 투표권이 없는 필자는 메신저 단체 채팅방 초대로 치열했던 후보 간 경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필자 또한 소속 의원실 의원님의 재선과 당내 선거 과정에서 캠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통상 법조인이 캠프원으로 활동하면 선거 관련 법규 검토, 공약 성안, 언론 등 대외 메시지 관리 업무를 맡는다. 필자의 경우 법규 검토 업무 비중은 낮았지만 타 지역구에서 선거를 치른 변호사님은 ‘고발장 머신’이라는 자평을 할 정도로 선거법의 달인이 된 경우도 있다.

필자가 경험한 선거는 대면 선거운동이 어려웠던 만큼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공약과 홍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필연적이지만 어떤 선거에서든 지역 공약이 핵심이다. 전국 단위 선거일 경우 지역별 숙원사업과 현안을 확인해야 하는데, 특히 숙원사업 중에는 지역별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업들이 있어 교차 확인을 해야 한다. 통상 의대 유치나 공항 등의 사회기반시설 유치가 그렇다.

대면 호소도 중요하다. 예전에는 후보자와 함께 지역 상가를 방문해 여러 식당을 들르는 통에 하루 3끼가 아니라 5끼도 먹는 경우도 있었다 한다. 필자가 경험한 선거는 언택트 기조였지만, 새벽부터 돌아가는 선거 일정과 뜨끈한 국물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결합해 모든 끼니를 뚝배기와 함께하였고, 덕분에 든든한 체내지방을 획득하였다.

“나 방금 코로나 검사받고 놀러 왔어”라 외치시며 들어오신 노 마스크 할아버지의 방문은 물론 “여자 말고 남자 데리고 와”라고 외치시던 민원인, 연이은 새벽 출퇴근에 가족까지 힘들게 한다는 죄책감. 지금에서야 좋은 술자리 이야깃거리지만, 그때는 참 아팠던 시간이다.

혹자는 지역을 챙기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고 ‘지역이기주의’의 맥락에서 비판한다. 지역공약을 챙기는 후보자에게 “매표(買票)”라고 칭한다. 그 정도가 과하다면 얼마든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국회의원은 헌법에 따라 자유위임의 원칙 속에서 국가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두려운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아니라면 누가 이 광대한 통치구조 속에서 지하철역 안 에스컬레이터 한 대, 제방길 LED 가로등 수에 이렇게 열심히 목소리를 높일까. 행정부만 바라보기엔 지역 주민의 불편은 크고 과정은 길다. 지역 공약을 하나라도 더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예결위장을 오가는 의원님들의 구두 소리를 듣고 있으면, 꼭 그 배후에 고결한 희생정신과 선의만이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이 또한 국가의 발전을 위한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변협도 수많은 과제와 민원을 안고 임기를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사소한 민원이라도 바꿔나가는 과정이 쌓이다 보면 개혁과 발전으로 이어진다. 새롭게 선출된 변협과 각 지방회 임원들께 축하와 더불어 건투를 빈다는 말씀을 드린다.

 

 

/강지은 변호사·국회의원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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