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은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있는가?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본 의문이겠지만, 막상 현실 속에서 무엇이 정답인지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진실과 정의(正義)를 추구하는 법조인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딜레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목적이 숭고하다 하여 수단까지 정당화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수천수만 년 동안 인류는 자유와 정의와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또한 앞으로도 그렇게 추구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언제 어느 때고 자유와 정의와 평화와 행복이 온전하게 실현되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역사 속에서 수없이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어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하게 문명과 문화, 종교와 학문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추구함으로써 대립과 갈등이 극으로 치달았고, 그로 인하여 ‘인간의 존엄성’이 물질가치나 이념가치보다 경시되는 투쟁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지난 세기 두 차례나 벌어진 1, 2차 세계대전이나,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민족의 비극 6.25 전쟁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근본 원인은 우리 인류가 합일(合一)의 가치를 망각하고, 사랑 대신 미움을, 자유 대신 속박을, 평화 대신 분쟁을 사실적으로 여기고, 분리의식에 빠졌던 데 기인하는 것입니다. 즉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런 무지의 상태에서 추구하는 어떤 이상향이라 할지라도, 비록 그 명분이 분명하고 뚜렷하여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다고 할지라도, 단언컨대 완전을 지향하는 ‘영원한 미완성’에 불과한 것입니다.

최근 몇 해 동안 한국 사회는 목적과 과정 측면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정치는 진영논리로 양분되고, 사회 곳곳에 집단이기주의가 성행하여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법조계는 죄형법정주의나 증거재판주의와 같은 기본원칙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근 사법부 판결을 통해서 시정되고 있는 과정이지만, 이번에는 약자보다는 강자가, 권력을 빼앗긴 자보다는 권력을 잡고 있는 자가 더 많은 혜택을 본다는 또 다른 논란이 야기되었습니다. 심지어 헌법재판소마저 최종적인 헌법수호기관으로서 국민통합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라는 본연의 역할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흔히 형사소송법은 응용헌법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악인을 위한 법전이라고도 합니다. 복잡다단한 사실관계와 엇갈리는 증거 속에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무죄추정 원칙에 입각해서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않고, 무엇이 진실이며 정의인지를 가려내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진실발견이라는 목적 못지않게, 그 목적에 이르는 절차와 과정을 중시해야 마땅한 것입니다.

과정이 곧 목적입니다. 목적이 곧 과정입니다. 이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분리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만일 과정을 무시해야 비로소 성취할 수 있는 목적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목표가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매사에 과정 그 자체의 정당성을 잃지 않도록, 즉 적법절차를 잘 지킬 수 있도록 감시하고, 시정해 나가는 것은 우리 법조인들의 사회적 책무이자 리걸 마인드의 기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진섭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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