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구속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집행유예 없는 실형 판결을 받았을 때, 현장에서 곧바로 구속되는 것을 말한다. 법정에서 형을 선고받으면 막연히 구치소로 이동한다 생각만 했는데, 처음으로 ‘법구’를 눈앞에서 목격했을 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n년의 실형 선고가 떨어지면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사람의 눈빛이 흔들린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판장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몇 장의 서류가 오가고 구속 절차를 수행하기 위한 방호가 등장한다. 몇 분이 채 되지 않는 그 시간 동안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성범죄로 구속된 한 남성이 있었다. 그의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딱 우리 부모님 또래로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가 아들이 구속되는 순간 신용카드와 점퍼를 내어주는 모습에 눈물이 고였다. 건강히 지내고 있으라며 중년의 여성을 안으려는 피고에게 재판장은 날이 선 목소리로 한소리를 했다. “여기가 집인 줄 아세요?”

지은 죄에 대한 대가이지만 조금 가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줄지어 있는 선고사건에 1분 1초가 촉박한 사정이란 것을 알았지만, 내 또래 청년과 남겨진 가족의 모습에 마음이 아렸다. 어디선가 사건의 피해자보다 매일 법정에 출석해 얼굴을 마주하는 피고에게 어느 순간 더 큰 연민을 느끼게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얼마 전 인신 구속에 대한 대법원의 예규가 24년 만에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한다는 문장이 ‘사유와 필요성이 있을 때’ 구속한다로 달라졌다. 실형이 선고됐지만 법정 구속되지 않았던 이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통상 70%의 확률로 ‘법구’를 면한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징역 2년 선고에도 법정에서 걸어 나와 카메라를 보고 심경을 밝혔다. 홍문종 전 의원 역시 50억 원대 횡령에 유죄 선고를 받았지만 법정구속을 피했다.

재판부는 “도주할 우려가 없고 항소를 위해 다툴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코로나19의 구치소 내 확산 상황도 법구를 하지 않는 사유로 언급된다. 하지만 정경심 교수나 이재용 부회장은 실형 선고와 동시에 구치소로 이동해야만 했다. 유명인사의 법정구속 비율을 따로 계산해 본 적은 없지만, 결국 ‘판사의 마음’에 달려 있다.

법원 주차장에 먼지가 쌓인 채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차 딱지가 붙어있고, 번호판이 주차 금지 고깔에 끼어 있는 경우도 있다. 구속을 예상하지 못한 채 법정에 섰다가 그대로 이곳에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가끔 법원의 이곳저곳을 견학하는 사람들을 마주치게 된다. 한 번쯤 이런 버려진 차들의 주인을 떠올려 보게 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민지숙 MB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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