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에서 시험은 참 각별합니다. 모두가 열심히 준비하거니와 평가 기준이 어떻든 자신의 위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성적 여하에 따라 진로가 갈리는 일도 생깁니다. 생각했던 만큼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많고, 애를 쓴 만큼 결과가 나온 것 자체가 다행스럽습니다.

처음 로스쿨에서 성적을 받았을 때 참 속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법학을 접하고 나름대로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시험이라는 객관적인 평가를 앞에 두고 달리 할 말도 없었습니다. 쉬운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니 탓할 사람도 환경도 없는 점이 좋았습니다. 부족한 나 자신 자체를 받아들이고 실력 향상에 매진하자고 다짐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시험의 공정성은 저를 비롯한 수많은 수험생의 노력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가치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변호사시험 공법 기록형 문제 유출 사태가 참 안타깝습니다. 전년도 문제은행에 출제된 문제가 시험 전 모 로스쿨에서 수업 자료의 형태로 배포된 것입니다. 유출된 시험 문항은 이른바 ‘불의타’ 문제였고, 그것도 변호사 시험 첫째 날 풀어야 했던 것이었습니다. 해당 자료를 보지 못한 채 이 문제를 맞닥뜨렸을 수험생들이 얼마나 당황했을지, 후에 의혹이 제기된 것을 보고 얼마나 상심했을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 충격에 시험을 포기한 사연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자 법무부는 해당 문제를 전원 만점 처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유출 받은 수험생들은 쟁점을 알면서 다른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이익을 얻었기에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낯선 주제였기에 부각된 것이지 비단 이번 뿐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변호사시험 말고도 전국 로스쿨 단위로 치러지는 시험에서도 쟁점이 유출되었다는 풍문은 왕왕 있었고, 문제가 제기된 적도 있었습니다. 다만 이를 증명하기가 곤란했고 애초에 공부해두었어야 할 문제들이었기에 유야무야 넘어갔었던 것입니다.

시험 문제 유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제가 당사자가 되면 어땠을까 자문해보곤 합니다. 일단은 문제를 맞혔다는 생각에 안도할 수도 있습니다. 시험이 임박한 훗날에는 내심 귀띔을 받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떳떳하게 시험을 치르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떳떳하지 않은 자격으로 다른 사람의 권리를 대변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변호사시험은 어느새 10회를 맞았습니다. 올해는 유독 시험 문제 유출, 시험용 법전 밑줄 긋기 허용 문제, 시험 종료 전 답지 걷기 등 잡음이 많았습니다. 그간 시험의 공정성은 아무도 모르게 저해되어 왔을 것입니다. 다만 아무도 모르게 수험생들은 마음 아파하고 있습니다. 보다 공정한 변호사시험이 안착하기를 바라봅니다.

 

 

/강태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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