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필자는 변호사 혹은 박사로 불리며 연구위원인 동시에 겸임교수라는 직급을 가지고 있다. 기관 경영과 관련한 법적 이슈에 대응하기도 하나 이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은 업무라 주로 로펌 변호사님과의 자문 연계를 지원하여 해결토록 한다. 그 대신 전문성을 바탕으로 행정·입법기관이 필요로 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입법 제·개정까지 주도하는 R&D 정책 분야 변호사로서 능력을 열심히 펼치고 있는 중이다.

연구기관의 핵심인력은 소속 연구자이다. 민간은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연구기관은 설립 목적에 따른 전문 분야 박사들이 ‘주류’다. 반면, 연구기관 내에서 경영부서는 연구가 잘 수행되도록 하는 소위 ‘비주류’인 지원부서다. 법무는 지원부서 내에서도 전문적으로 법적 검토만 하는 곳이니 연구기관 내의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연구 수행 중에 발생하는 관련 규정의 해석 문제나 법률적인 이슈를 ‘변호사’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원부서 소속의 ‘변호사’임에도 순수 기관 법무로만 업무 범위를 축소하지 않고 ‘연구’에 밀접하게 파고들어 관계된 법률 이슈까지 처리한다면, 부서를 막론하고 해당 기관의 핵심이 될 수 있다. 변호사가 ‘법무’라는 틀에 갇힐 필요가 없다면, 유행어에 맞춰 기관에서 ‘소통에 진심인 편’이 되는 것은 어떨까?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 연구자는 변호사에게 본인의 연구 내용과 이를 둘러싼 규정이나 법적 이슈의 의문점을 설명하기 어려워할 가능성이 크다. 주류인력은 연구자라 하더라도 연구가 합법적인 범위에서 잘 수행될 수 있도록 아우르는 소통(疏通)의 중심은 변호사여야만 하는 이유다. 소통이란 무엇일까?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한다는 의미인 동시에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는 상황을 말한다. 연구자와 소통하여 직면한 현안을 분석하고 법적 쟁점을 명확히 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변호사로서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쌓는 동시에 주류로 성장해가는 소중한 기회임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재훈 변호사·KISTEP 연구위원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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