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가족과도 같았던 말티즈 강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우리 가족은 몇 달을 슬퍼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건너건너 알던 집에서 ‘못 기르겠다’며 말티즈 파양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아이를 데려왔습니다.

처음에 반대하던 아버지도 금세 새 아이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죠.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체구나 성격이 너무 다른 녀석…. 몇 번이나 파양을 당했던 경험 탓인지, 처음에는 가족들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동그란 눈으로 빤히 쳐다보면서 경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아지가 바닥에 용변 실수를 했고, 어머니는 교육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해 조금 혼을 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이 친구가 다시는 ‘집 안에서’ 용변을 보지 않습니다. 몇 년째. 집에서는 참고 참다가 산책 나갈 때만 일을 봅니다. ‘집 안에서 오줌을 눠서 엄마가 날 혼냈다’고 판단한 건지 아니면 ‘또 집 안에서 오줌을 누면 또 버려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건지…. 이렇게 개의 인생에도 ‘파양’이 큰 트라우마로 남나 봅니다.

“입양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가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

그래서 저는 대통령 기자회견 중 이 발언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입양 가정, 입양된 아이, 입양을 대기 중인 아동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상처가 됐을지 모릅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를 쇼핑한 물건처럼 교환·반품하라는 뜻이냐”는 지적이 빗발쳤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전위탁보호제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이런 표현이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해를 상당히 강하게 하신 건데, 아쉽게 생각한다. 어떻게 그런 발상(아이 반품 등의 해석)이 가능했는지 오히려 저는 궁금하다”며 논란의 원인을 대통령의 발언을 잘못 해석한 사람들 탓으로 돌리기도 했습니다.

분명히 들었지만 대통령의 발언 앞뒤에서 사전위탁보호제는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의 말뜻을 몰랐을 리도 없습니다. 또한 ‘정인이 사건’의 본질은 ‘아동 학대’이지, ‘입양’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친부모가 아동학대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실언에 대해 사과 이전에, 인정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인권 변호사였음을 강조했습니다. 국민들의 촛불로 탄생한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도,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실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사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채현 TV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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