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8. 8. 1. 선고 2018다227865를 중심으로 -

[판결요지]

법인 아닌 사단이나 재단은 대표자가 선입되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당사자능력을 가진다.

[판결이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민사소송법 제52조는 ‘법인 아닌 사단이나 재단은 대표자 또는 관리인이 있는 경우에 그 사단이나 재단의 이름으로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중략)

2. 원심판결과 기록에 따르면, 원고는 (중략) 민사소송법 제52조가 정한 비법인사단이나 재단에는 해당하지 않아 당사자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다.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노인요양시설의 명칭에 불과한지, 비법인사단이나 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있는지를 심리하여 원고에게 민사소송에서 당사자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하였어야 한다. 이를 간과하고 본안에 관하여 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당사자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하 생략…)

[해설]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요양센터를 운영하는 비법인사단이거나 재단으로 보인다. 원고 센터에서 요양 중이던 Y씨가 2015년 2월 부상을 당하여 원고에게 치료비 등으로 2000여만 원의 지급을 요구하자, 원고는 Y씨에게도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Y씨를 상대로 44만 8630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1심이 Y씨의 과실을 인정하여 377만 6940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원고에게 책임이 없다고 원고 1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Y씨가 항소하였고, 항소를 기각당하자 상고하였다. 대법원이 위 판결이유를 들어 원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2. 원고 요양센터의 실체, 비법인사단의 설립과 존속

원고 센터가 개인이 아니라 비법인사단이거나 재단이므로 원고 요양센터 ○○○○라는 명칭으로 소를 제기하였을 것이다. 설명의 편의상 원고의 법적성격을 비법인사단이라고 가정하고 설명을 이어간다. 사단법인이나 비법인사단이 설립되는 시점, 즉 권리주체가 되는 시점은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춘 때이다. 창립회원들이 창립총회를 열어 정관을 채택하고 이어 최고의사결정기관(회원총회 또는 대의원총회)의 설치와 대표자의 선출을 마친 때가 실체를 갖춘 때이다. 실체를 갖춘 후 허가와 등기까지 마치고 활동하는 사단은 사단법인이고, 실체만 갖춘 채 활동하는 사단은 비법인사단이다. 허가와 등기는 실체를 갖춘 뒤의 형식적 절차로서 사단법인의 설립에 보충적 기능을 하는데 그치므로(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다7002 판결), 사단법인과 비법인사단 사이에 권리주체로서의 자격을 취득하는 시점에는 차이가 없다. 민법은 사단법인에 관하여만 규정하고 있으나 판례가 비법인사단도 권리주체로 대우하여 우리 법 제도에서 현재 둘 사이에 권리주체라는 법적 성격에 차이가 없게 되어 있다.

원고의 법적 성격이 비법인재단이라도 원고의 실체에 대한 설명은 비법인사단임을 전제로 한 위의 설명과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종합법률정보에 올라 있는 원고의 표시는 원고; 노인요양센터 ○○○○ (소송대리인 변호사 ○○○)라고만 나와 있지, 대표자는 적혀 있지 않다. 1 내지 3심 모두 그렇다. 실제 판결문에는 대표자가 적혀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추측한다. 소장과 소송대리위임장을 보면 분명히 대표자가 표시되어 있을 것이다. 혹시 판결문에 대표자 표시가 누락되어 있다면 이제라도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법원이 보정하면 된다.

원고 센터에는 대표자가 선임되어 있어 그가 원고를 대표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소송대리인도 선임하였다. 대표자가 선임되어 있지 않았다면 이 소의 제기 자체도 아예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노인요양시설을 설치 운영하려는 자는 노인복지법에 따른 담당 관청에 신고를 하여야 한다. 원고는 대표자가 담당 관청에 신고를 하고 센터를 운영 중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이 대표자가 선임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원고 센터의 당사자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원판결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의 이 판시는 사단과 재단의 설립에 관한 법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내놓은 판시이다.

3. 민사소송법 제52조와 이를 옮겨 적은 판결요지에 대한 비판

민사소송법 제52조에 “비법인사단은 대표자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당사자능력을 가진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사단법인이든 비법인사단이든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대표자가 선임되어야 그 실체가 갖추어진다. 대표자(법문에 “또는 관리인”이란 표현이 들어 있는데, 관리인이란 대표자의 명칭 중 하나이므로 본고에서는 대표자라고만 표시한다)가 선임되어 있지 아니한 사단이란 아예 존재할 수 없다. 설립된 후 대표자가 궐위될 경우에는 직무대행자가 사단을 대표한다. 대행자마저 없으면 법원이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임시대표자를 선임한다(민법 제63조). 대표자가 선임되어 있지 아니하여 권리능력을 부정당하는 비법인사단이 나올 여지가 없다. 비법인사단이 설립된 후 대표자가 선임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당사자능력을 부정당하는 경우는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비법인사단 존속의 법리이다. 그러므로 “비법인사단은 대표자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당사자능력을 가진다”는 민사소송법 제52조는 잘못 표현된 조문이다. 그저 “비법인사단도 당사자능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였어야 한다.

대법원의 판결요지는 필자가 잘못 표현된 조문이라고 비판한 위 제52조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법문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므로 판결요지라고 내세울 수 없다. 대법원으로서는 이 조문에 대하여 필자와 같이 해석한다는 판결요지를 내놓았어야 한다. 대표자가 없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원판결을 파기한 것은 앞서 원고 센터의 실체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대법원이 사단과 재단의 설립에 관한 법리, 이에 더하여 비법인사단의 존속에 관한 법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내놓은 판시이다.

 

 

/김교창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유한) 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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