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에서 형사 마석도(배우 마동석)는 침묵하는 피의자를 ‘진실의 방’으로 데려간다. CCTV가 가려진 방에서 폭행당한 피의자는 진실(?)을 얘기한다. 또 다른 피의자가 변호사를 불러 달라고 하자 그는 전기충격기를 가져와 “우리 전 변호사야”라며 사용한다. “경찰이 이래도 되냐”고 항의하자 “너 같이 사람 죽이는 XX들한테는 이래도 돼”라고 한다. 악의에 맞서는 경찰의 거친 행동은 통쾌하지만 현실에서는 독직폭행으로 처벌받을 일이다.

기자들도 거창하진 않지만 위법하거나 비윤리적인 수단이 어디까지 정당화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종종 부딪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기자가 몰래 사무실에 들어가 서류를 촬영하거나 들고나오기도 한다. 현실에서는 처벌 대상이다. 아무런 강제수단이 없는 기자로서 취재를 거부하는 취재원 집 앞에서 무작정 기다릴 때도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주거침입에 해당할 수도 있다.

기자들은 초년병 때부터 위법한 일은 하지 말라는 당부를 듣는다. 하지만 기자의 입장에서는 일정 부분 절차가 위법해도 정의 혹은 실체적 진실을 위해서라면 용납될 수 있다는 쪽에 마음이 더 기운다.

사실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다. 보도자료만 받아쓰면 아무 문제 없이 기자 생활을 하다 퇴직할 수 있다. 남다른 무언가를 찾으려는 욕심과 열정이 문제의 발단이 될 때가 있다. 최근까지 떠들썩했던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도 이런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법무부와 검찰 간에는 최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논란으로 다시 긴장감이 돈다. 친정부 성향 검사들의 연루 의혹이 불거져 공수가 뒤바뀐 듯하다.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검사가 존재하지 않는 내사번호를 붙여 김 전 차관 긴급출국금지 서류를 만들었다는 게 쟁점이다. 당시 김 전 차관은 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절차적 문제점은 어느 정도 분명해 보인다.

법치 국가에서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적법 절차가 아니라며 김 전 차관을 출국하게 하는 게 정의였는지는 간단히 답하기 어렵다. 앞서 2013년과 2014년 검찰은 두 차례 수사에서 적극적인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특수강간 혐의 적용 여부의 법리적 문제, 피해 여성의 진술 신빙성 등을 무혐의 근거로 들었다. 김 전 차관의 자택 압수수색, 계좌 추적 등은 실시하지 않았었다. 결국 대통령 지시와 긴급출국금지 이후 6년 만에 사법처리가 됐다. 먼지털이식 수사였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김 전 차관이 출국했다면 이런 수사가 가능했을까’에 대한 물음을 지우기가 어렵다. 한편으로는 법조계에서 절차와 실체적 진실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당성의 가늠자가 ‘내 편 네 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기도 하다.

 

 

/나성원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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