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건을 의뢰받으면 변호사들은 쟁송방법으로 행정소송을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법에서 행정심판 필요적 전치주의를 채택하고 있지 않은 까닭이다. 물론 개별 법령에서 행정심판을 거치도록 하고 있는 경우는 당연히 행정심판을 하게 될 것이나 그 외에는 행정심판을 잘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심판제도를 잘 활용하면 사안에 따라 소송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우선, 행정소송과 비교하여 행정심판의 실무적인 특징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꼽을 수 있다. 첫째, 처분의 위법성뿐만 아니라 부당성까지 심리한다. 재량행위가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이르러 위법하지는 않더라도 재량권 행사가 부당하다고 볼 수 있으면 인용재결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둘째, 변경재결(및 변경명령재결)이 가능하다. 취소심판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는 때 행정심판위원회는 처분을 직접 변경하는 재결을 할 수 있다. 셋째, 인용재결이 있은 경우 행정청이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이는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재결은 피청구인과 그 밖의 관계 행정청을 기속한다는 행정심판법 제49조 제1항에 의한 것인데,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이 행정청의 자율적 통제와 국민 권리의 신속한 구제라는 행정심판의 취지에 맞게 행정청으로 하여금 행정심판을 통해 스스로 내부적 판단을 종결시키고자 하는 것으로서 합리성이 인정되며, 인용재결의 기속력으로 인해 중앙행정기관이 지방행정기관을 통제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해서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 부분을 훼손하는 것도 아니라고 보아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2013헌바122). 넷째, 의무이행소송이 인정되지 않는 것과 달리 의무이행심판청구가 가능하다. 실제로 정보공개청구 등의 사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구술 또는 서면 방식으로 심리가 진행되며, 조정을 할 수 있고, 훈시적이기는 하나 재결기간을 원칙적으로 60일로 규정하고 있어 신속한 진행이 가능하며, 별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패소 시 비용부담의 위험이 없다. 참고로 일부 시·도는 청구가 인용된 청구인에게 심판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는 특징 등이 있다.

이러한 특징을 통해 과연 어떠한 사건에서 행정심판제도를 활용할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청구인이 위반행위를 하였고 일응 재량준칙의 범위 내에서 제재적 처분이 이루어졌으나, 그 처분 수위와 관련하여 여러 고려할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어떨까? 법원에서 재량권 일탈·남용을 인정받기는 어려워도 처분의 부당성을 인정받아 제재적 처분의 수준을 감경하는 변경재결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6개월의 영업정지처분을 3개월로, 혹은 이를 갈음하는 과징금으로 말이다. 더욱이 이때 인용재결이 이루어지면 행정청이 불복할 수 없어 재결의 효력이 즉각적으로 발생함과 동시에 사건이 신속하게 종결될 수 있다.

이렇듯 알맞은 사건에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행정심판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시기 바란다.

 

 

/송도인 행정법 전문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이안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