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약은 민법상 따로 규정은 없다. 그러나 부동산 매매계약에서의 첫 단추로서, 실무에서는 주로 매물을 선점하기 위하여 쓰이고 있다.

또한 가계약이 언급된 대법원 판례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그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계약의 중요 사항인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부동산의 매매계약이 성립된 것이라고 판결함으로써, 가계약을 일반적 매매계약, 즉 본계약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위와 같은 판례는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에서 판시한 내용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매도인은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고, 약정된 계약금 전체의 배액을 상환하여야만 한다”와 연결해보면, 매매당사자들 사이에 체결한 가계약이 본계약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 가계약금이 아닌 본계약금을 돌려주거나 본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해야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가계약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 하급심 판례에서는 가계약을 “빠른 시일 내에 본계약의 체결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본계약 체결 이전에 가계약금을 수수함으로써 본계약 체결할 의무를 어느 정도 부담한다는 정도의 인식을 공유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정의하였다. 아울러 이러한 가계약은 “매수인에게 다른 사람에 우선하여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우선적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며, “매수인은 일방적인 매매계약 체결요구권을 가지는 대신 매수인이 매매계약의 체결을 포기하는 경우 가계약금의 반환 역시 포기하면 된다”고 보았다.

즉, 매매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중요사항까지 합의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위 하급심 판례와 같이 단순히 본계약 체결 이전 가계약금을 지급함으로써 매수인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 우선하여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정도의 가계약이라면, 매수인은 가계약금만 포기하면 본계약에서 해소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본계약이 아닌 가계약이라고 해석할 만한 구체적인 사정에 관하여 다른 하급심 판례는 본계약과 가계약은 그 계약을 체결할 당시 양 당사자의 의사가 ‘장차 그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할 의사’였는지, 또는 ‘그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그 시점에 확정적으로 체결할 의사’였는지 여부에 따라 구별되어야 한다고 본 바도 있다.

따라서, 매수인이 넣은 계약금이 가계약에 의한 ‘가계약금’인지, 본계약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가계약에서의 ‘계약금의 일부’였는지에 따라, 매수인은 전자라면 가계약금만 포기하면 본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으나, 후자라면 가계약금이 아닌 본계약금 전체를 지급하여야 계약을 해소할 수 있게 되는바, 가계약의 해석에 따라 해약을 위하여 지출해야 하는 비용의 차이가 크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혜성 부동산 전문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로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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