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법사위 회의장에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심사를 위한 법안심사제1소위 세 번째 회의가 열렸다. 회의장 밖에는 단식농성 중인 정의당 의원들과 유가족들이 신속한 심사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고, 회의 결과를 취재하기 위한 많은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간절함과 열망, 어수선함의 어딘가쯤을 지나 회의장 안으로 들어오면 차분함과 엄숙함이 내려앉아 있는 분위기 속에서 회의가 시작된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논의 당시 그 제명조차 확정되지 않았을 만큼 논점이 많고, 그 제정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의원실에도 하루에 몇 통씩 이 법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서가 오고 있다. 법 제정을 향한 열망만큼이나 실제 시행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동자, 시민의 반복되는 죽음을 막고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만들자는 이 법의 취지에는 우리 사회 대다수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이를 어떻게 법률로서 녹여낼 지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이 법은 사망자가 발생한 재해에 대하여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규정하는 등 처벌수위가 높고, 경영책임자·공중이용시설·공중교통수단의 사업주 등 수범자의 영역도 대폭 넓어지는 만큼 법안 심사에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경영책임자에게 안전조치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처벌하는 법을 만들면 사업장에서의 사고 예방을 위해 기업들이 자발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지만, 그러면 경영책임자에게 어떠한 내용의 의무를 부과할 것인지, 이것을 법률에 어느 정도로 구체화시킬 것인지는 몇 시간에 걸친 회의를 거쳐도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이 법은 안전조치 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은 부작위에 의한 과실범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형사법 체계에서 보기 힘든 인과관계 추정 조항과 같은 내용도 담겨 있었다. 법안 심사에 참여하는 의원과 정부부처 관계자 대다수가 법률가인 만큼, 마치 법률 세미나가 열린 듯 형법이론부터 실무 적용례까지 다양한 법리적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치열한 논의가 끝나고 회의장을 나가면 참석했던 의원을 둘러싼 카메라들이 회의 소식을 전한다. 그러나 몇 마디 말로 이 모든 과정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으리라.

국회에 들어오기 전까지 필자는 법사위가 법안의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한다고만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접한 몇몇 장면에서는 국회 신입으로서 이해가 안 가는 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쟁이 아닌 쟁점을 숙의하는 국회의 진면모를 본 것 같아 국회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국회에는 2020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전체 상임위에 5445건의 법안이 계류되어 있었다. 새해에는 ‘일하는 국회법’이 시행되어 상시적으로 상임위가 열리는 만큼, 내실 있는 법안 심사가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필자 역시 충실한 업무 수행을 다짐한다.

 

 

/장세창 변호사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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