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를 맨 돼지가 힘 있는 흰 소를 타고 달려가는 모습을 보니, 올 한해 대한변협신문에 승승장구한 소식들로 꽉 찰 모양새다. 필자는 피그팝(Pig Pop), 일명 돼지작가로 유명한 한상윤 작가에게 대한변협신문 독자들만을 위한 부적 같은 새해 그림을 부탁했다. 받은 그림은 근하신년(謹賀新年)이라는 네 글자와 돼지얼굴을 한 변호사가 활짝 웃는 작품과 흰소를 타고 세상을 호령하는 의인화된 돼지를 일필휘지로 그려낸 유쾌한 작품이었다. 작가는 세화를 통해 “2021년 소띠해에는 지난 한 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묵묵히 새로운 일상을 걸어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21세기형 세화를 그려냈다.

한상윤, 신축년 세화, 2021
한상윤, 신축년 세화, 2021
한상윤, 신축년 세화, 2021

이런 그림을 세화라고 하는데, 지난해의 묵은 기운을 보내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평안하고 풍요롭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중한 지인에게 선물하거나 문에 붙이는 그림을 말한다. 가장 잘 알려진 세화는 ‘까치호랑이’로 부귀, 출세, 무병장수 등을 상징했다. 전통시대 속에서 세화를 그린다는 것은 최고 수준의 도화서 화원들에겐 매년 숙제 같은 행사였다. 세화의 우열을 가려 궁궐에서 쓰거나 재상과 근신들에게 하사하는 용도로 쓰였으니, 세화를 그릴 때는 손이 좋고 성격이 느긋한 사람에게 부탁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은 ‘흰 소의 해’로, 흰 소는 상서로우면서도 의로운 동물로 알려져 있다. 작가는 두말할 것 없이 신축년의 희망찬 기운과 더불어 웃는 돼지의 기운까지 얹어내는 긍정플러스의 덕목을 세화에 담고자 했다.

그렇다면 소가 상징하는 바에 무엇일까. 소는 성질이 급하지 않아 쉬이 흔들리지 않는 유유자적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소는 말이 없어도 열두 가지 덕이 있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런 소일지라도 적의를 품거나 해를 끼치면 태도를 바꿔 뿔과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면모도 보여준다. 이외에도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 “소 귀에 경 읽기” 등 전통생활 속에서 소가 차지한 비율이 얼마나 컸는지는 상상이 필요없을 정도다.

하지만 풍요와 단호함을 상징하는 소의 특성은 변호사들이 지녀야 할 속성과도 유사한데, 요즘처럼 힘든 시기도 묵묵히 이겨내는 우직함 또한 공통된다고 할 수 있다. 새해가 되면 세화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던 풍습이 변호사 사회의 ‘새로운 콘텐츠문화’로 되살아나길 바란다.

 

 

/안현정 예술철학박사

성균관대 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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