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형사피고인의 사건을 수임해 진행했고, 1심 결과는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 중 최저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은 저에게 편지를 보내 “영치금이 없다. 수임료의 일부분이라도 돌려 달라”고 했고, 두 번째 편지를 보내, “수임료를 돌려주지 않으면 대한변호사협회, 지방변호사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것이며, 수임료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납부했는지 조회를 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저는 진정을 당할 사유가 없었고, 모든 수임료를 100% 세금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했으며, 이 사건의 경우 수임료를 결제한 피고인의 동생이 카드로 수임료를 전액 결제하였기에 거리낄 것은 없었지만 피고인이 위와 같은 편지를 보내자 너무나도 기분이 나빴습니다.

저는 소속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와 다른 변호사들에게 피고인의 편지 내용에 대해 상의하자, 변호사님들은 모두 “변호사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접견을 가거나 영치금을 일부 넣으면 피고인은 변호사가 잘못한 게 있어서 영치금을 넣어준 것이라고 오해할 것이고, 한 번 영치금을 넣어주면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니 일절 대응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저는 소속 법무법인 이외의 다른 변호사님들께도 이 문제를 상의 드렸으나, 다수의 변호사님들은 ‘일절 대응하지 말라’고 조언하였고, A 변호사님은 “자기 같으면 귀찮으니 영치금 몇십만 원 넣어줘 버린다”고 하셨으며, B 변호사님은 “자신도 이런 협박 편지를 받았는데 그 당시 인터넷 서신을 보내 수임 과정이나 변론 활동에 위법함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은 위법한 행동이라고 알린다”고 하셨으며, C 변호사님은 “자기도 국선피고인이 대한변호사협회에 진정을 했고, 진정이 기각되었다. 자신이 나이 어린 여자 변호사라서 진정을 당한 것 같다. 당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대응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다”라고 하셨으며, D 변호사님은 “피고인에게 수임과정에 위법함이 없었고, 충실한 변론활동을 했다는 점에 대해 내용증명을 보내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 뒤 피고인은 저에게 등기우편을 보내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계속한 것처럼 편지에 적었고, “변호인이 열심히 하신 것 잘 압니다. 200만 원이라도 돌려주셨으면 합니다”라고 했지만, 저는 일절 대응하지 말라는 다른 변호사님들의 조언대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은 제가 무죄나 낮은 형량을 받게 해주겠다고 선임을 유도했다는 거짓 진술을 담아 대한변호사협회에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경찰에 사기죄로 저를 고소했습니다.

피고인이 변호사협회에 제기한 진정은 기각되었고, 경찰에서 피고인에게 참고인 조사를 하자, 피고인은 “수임료 일부를 돌려받고 싶어 고소했고, 변호인이 불성실하게 변론 활동을 한 것은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참고인 조사 이후 피고인은 자신이 생각해도 저에 대한 고소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무고죄에 대한 설명을 들어서인지 갑자기 고소를 취하했고, 저에게는 그동안 미안했다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저는 이런 일을 처음 겪어보는 터라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웠지만, 이 사건 이후 주변 변호사님들께 여쭤보니 피고인들이 판결 선고 이후 주로 여자변호사나 나이 어린 변호사들을 상대로 변호사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하면서 수임료의 반환을 요구하거나 영치금을 요구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사건 경험이 별로 없는 청년변호사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한 실정입니다. 그런 경우 주로 주변 선배 변호사들에게 대응 방안을 개인적으로 물을 수밖에는 없는데, 선배 변호사들의 말이 각각 다르고 선배 변호사의 방식대로 대처한다고 해도 그 대응이 맞는 대응인지도 불안하며, 진정 기각 이후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다고 해도 피고인이 출소 이후 해코지를 하면 어쩌지 하며 무고죄로 고소하지는 못하게 되는 현실입니다.

이에 변호사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에서 피고인들의 영치금 요구, 수임료 반환 요구, 협박 편지 등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주는 창구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진정서가 제출될 시, 진정 절차에 대한 안내문에 진정이 기각된 경우 무고죄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라도 삽입한다면 진정 사례가 현저히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슬 변호사

광주회·법무법인 강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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