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행정청을 대리하여 수행한 사건 중 건축법의 인·허가의제 제도와 관련된 사건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가 수행한 사건의 상대방이었던 원고는 행정청에 건물 신축을 위한 건축허가신청을 하였고 도로점용허가를 일괄처리사항으로 신청하였다. 행정청은 원고에게 건축허가를 하면서 건축허가 준수사항으로 ‘도로법령이 정하는 도로점용요건을 준수하고 별도로 도로점용허가를 받을 것’을 부가하였다.

이후 원고는 건물 및 진입로 신축공사를 위한 도로점용허가신청을 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의 도로점용허가신청을 불허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건축허가를 하면서 도로점용허가를 별도로 받도록 하는 부관을 부가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반면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은 건축허가 당시 부가한 건축허가 준수사항에 근거한 처분이므로 적법하다고 맞섰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가 건물신축을 위한 도로점용허가를 내주지 않을 경우 원고는 이미 받은 건축허가 자체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되므로 이 사건 처분은 건축법에서 인·허가의제 제도를 둔 취지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피고가 건축법상 요건 뿐 아니라 도로법령이 정하는 도로점용요건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건축허가를 하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이 같은 판결을 내린 것은 건축법 제11조 제1항, 제5항 제9호에서 건축허가를 받으면 도로법 제61조에 따른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법이 인·허가의제 제도를 둔 취지는 건축허가의 관할 행정청으로 인·허가 창구를 단일화하고 절차를 간소화화며 비용과 시간을 절감함으로써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행정청이 행정 편의주의에 빠지면 이 같은 인·허가의제 제도의 취지를 망각하고 의제되는 인·허가에 대하여 별도의 조건을 붙여 건축허가를 내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사건에서도 행정청의 도로과와 건축과의 의견 불일치를 극복하지 못한 채 건축과에서 건축허가를 서두른 것이 발단이 됐다.

위와 같이 건축법에서 이미 허가가 의제된 도로점용에 관한 허가신청을 별도로 하도록 한 후 이를 불허하는 처분을 한 경우에 대해 그러한 처분을 다투는 원고를 대리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면 위와 같이 건축법상 인·허가의제 제도의 취지를 강조하여 변론을 펼친다면 승소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조정근 행정법 전문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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