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기를 마친 범죄자가 교도소 출소 직후 피습을 당했다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법조계 인사들에게 물어봐도 “그런 얘긴 듣질 못했다”고 했다. 이들의 얘기가 사실 여부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순 없다. 단지 극히 드물고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다. 이런 일은 왜 거의 벌어지지 않았을까. 우리나라 법치주의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정설이나, 범죄자가 교정 당국의 노력으로 새 사람이 됐을 거란 믿음이 작용했다고 보진 않는다. 긴 수감 기간 동안 그의 범죄도, 존재도 잊혀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

조두순은 어떤가. 참혹해서 차마 담기도 어려운 범죄를 저지른 지도 12년이 지났다. 잊힐 법도 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조두순은 사람들 기억 속에 그대로 살아 숨 쉰다. 죄에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까닭이다.

그래서일까. 피습 얘기가 많이 나왔다. 일부 유튜버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이용자들은 ‘조두순이 출소하면 찾아가 사적 보복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조두순을 죽이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전례도 찾기 어려운, ‘출소자 피습 사건’이 조두순을 상대로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싹텄다. 그리고 우려는 출소일이 다가올수록 커졌고, 묘한 기대감으로 바뀌어갔다.

법무부가 움직였다. 출소를 한 달여 앞두고 경북 북부 제1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조두순을 수도권내 한 교도소로 이감했다. 조두순이 먼저 요청한 것인지, 법무부가 자체적으로 행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적 보복 등 혹시 모를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해명부터 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성폭력사범 심리치료 프로그램 특별과정 이수를 위한 조처”라고 했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은 전국 어느 교도소에서도 이수 가능하다.

법무부는 출소 당일까지도 조두순이 어느 교도소에서 출소하는지 함구했다. 이해는 됐다. 조두순에게도 신변과 인권을 보호 받을 권리는 있다. 더욱이 사적 보복은 엄연한 불법이다. 조두순에게 해코지하다 범죄자로 전락하는 ‘제3의 피해자’가 나오는 걸 눈 뜨고 볼 순 없었을 터이다. 다만 ‘이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라는 의구심은 떨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12년 전 한 소녀를 지키지 못했다. 사법부도 한몫했다. 조두순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술이 원수’라며 주취감경을 해줬다. 술을 마신 것도 조두순이 한 일인데 말이다. 소녀 인생에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됐다. 소녀 가족은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이사를 했다. 조두순이 돌아갈 집이 소녀 가족이 사는 아파트에서 불과 1㎞ 떨어진 사실이 알려진 이후였다. 다행히 가족의 새로운 보금자리 마련에 필요한 자금 일부는 시민 모금으로 마련됐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해 떠나야 하는 현실은 서글프다.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켜줘야 할 사람은 따로 있지 않았을까.

 

 

/조성필 아시아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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