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4% 대 46.4%, 얼마 전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하여 대한민국은 찬반 의견이 정확하게 나뉘었다. 소수점까지 같게 나왔다. 특히 진영에 따른 평가도 거의 동일하게 나뉘었다. 진보층의 71.5%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잘한 일로 평가한 반면 보수층 역시 그만한 비율인 72.7%가 잘못한 일로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에서 협치는 불가능해 보인다.

드디어 추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하여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라는 초유의 조치까지 불사하고 나섰다.

미국 대선에서도 불복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는 물론 합리적으로 보였던 펜스까지 “it ain’t over till it’s over(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요새 공중파의 위기라는 것이 실감된다. 우리 집도 거의 넷플릭스와 유튜브만 본다. 넷플릭스에서 덴마크를 배경으로 한 정치드라마 ‘Borgen’을 보면서 부러웠다. ‘Borgen’은 정부나 정부청사에 해당하는 덴마크말이다. 덴마크에서도 53.5%의 시청률로 공전의 기록을 세웠다.

드라마에서 여총리 비르키트는 중도좌파 온건당의 당수다. 온건당은 의원 수가 15명밖에 안 되는 소수정당인데도 정책연합을 토대로 비르키트는 총리로 추대되었고 카리스마 넘치는 총리로 재임하였다. 이후 사임하였다가 온건당이 외국인추방법을 찬성하자 이를 반대하고 신당을 창설한다. 이렇게 권력이 아니라 정책을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것도 신선해 보였다. 선거 과정에서도 집권당이 복지정책에 관한 숫자를 잘못 제시하였다는 점을 정확히 지적하여 신당이 승리하기도 하는 등 선진정치의 면모를 여실히 볼 수 있었다.

‘Borgen’에 나오는 국회의원들은 정말 소박하고 일벌레들이다. 보좌관을 대동하고 다니는 장면을 보지 못하였고 의원들끼리 카페에서 토론하다가 비가 오면 신문지를 머리에 대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이념이나 진영에 대한 선입견 없이 정책에 승부수를 건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학교의 폐교를 반대하고 이것이 그 정당의 핵심정책이고 이러한 디테일한 정책으로 지지율을 실제로 견인하기도 한다.

이러한 장면들이 바로 정책연합과 협치를 생명으로 하는 내각책임제의 진면목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대통령제하에서 협치는 불가능하지 않나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집중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과 이를 견제하여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전투적인 국회…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잘 작동되던 시기도 있었으나 이제는 소모적인 정쟁과 이념대결로 국가 성장의 저해가 되고 있다. 연합정권의 경험이 불가피한 의원내각제라면 협치의 가능성은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최소한 4년 연임의 대통령제 개헌이라도 이루어져야 진영이 아니라 국민의 신임을 두려워하는 정치가 될 것이다. ‘대통령의 시간’이 아니라 ‘국민의 시간’ 이 되기 위한 선택의 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정대화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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