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소지섭 주연의 2012년 작 회사원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주인공이 겉으로는 영업2부에 소속된 평범한 회사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회사에서 살인청부업자로 일하고 있다는 내용이고,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에서의 현실적인 주제를 보여주는 그런 영화입니다.

사내변호사들도 회사의 월급을 받는 회사원이지만 한편으로는 법조인의 일원인 변호사라는 이중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와는 정반대로 사내변호사는 영화처럼 남몰래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이 아니라 그 반대로 정의를 수호하고 준법 경영을 지원하고 기업의 법률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회사원이라고 하겠습니다. 좌우간 사내변호사는 이런 이중적인 지위로 인하여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합니다.

영화 등 매체에서 묘사되는 대기업 사내변호사라고 하면 흔히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사내변호사는 회사 내에서 입바른 소리를 내는 역할을 맡고 있고 이로 인해 타 부서의 미움을 받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사내변호사는 회사원으로서는 회사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해야 하는 동시에, 법조인으로서는 그 본분을 잊지 말고 바른길을 제시하는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운명이고, 이때 상황에 맞는 유연성을 가지고 밸런스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물론 기업의 근본적인 목표는 영위하는 사업의 성공이므로 법무 의견이 기업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준법 이슈나 법적 리스크를 간과했다가는 작은 결함이 언젠가 큰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시 회사원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회사는 부하를 암살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은 주인공을 해고하려고 하고 주인공은 이에 저항하며 격렬한 전투를 한 뒤 회사를 향해 “그만둔다”고 크게 소리칩니다. 이에 마지막 장면에서 회사의 대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미 망했는데 뭔소리 하는 거야?”

 

 

 

/이희범 변호사

삼성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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