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논의 중인 저작권법 개정안에는 퍼블리시티권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려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퍼블리시티권의 법적 성격을 재산권으로 이해하였기에 가능한 입법적 시도이다. 주지하듯이 퍼블리시티권은 프라이버시권의 본향(本鄕)인 미국에서 발전해온 법담론(legal discourses)이다. 대륙법계인 독일과 일본은 판례를 통해 인격권의 법리로 퍼블리시티권에 상응하는 것을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문헌들 중에는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일본 최고재판소 2012년 2월 2일 판결(핑크레이디 사건)이 인격권설이 아니라 재산권설에 입각한 것처럼 소개하는 경우가 있다. ‘우월한 인방 법률문화의 정신적 외판원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각성’ (송상현, ‘판례교재 민사소송법’, 1976, 서문)이 요구되는 것은 분명하다. 무턱대고 베끼는 것처럼 큰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웃나라 상고심 판결을 잘못 소개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문제이다.

우리 대법원의 재판연구관 격인 최고재 조사관(中島基至 현 센다이 지방재판소 총괄판사)의 판례해설은 ‘퍼블리시티권의 법적 성질에 대하여’라는 소목차에서 ‘본 판결은 퍼블리시티권이 인격권에서 유래하는 것으로서 인격권설을 채용한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법조시보」 제65권 제5호, 2013, 157면)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법 논리는 소위 ‘물건의 퍼블리시티권’을 부정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퍼블리시티권의 재산권설을 부정한 최고재 2004년 2월 13일 판결(갤럽레이스 사건)과 법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또한 中島 판사는 2015년 발표한 논문에서 인격권의 발전단계를 1~5단계로 나눈 다음 미국의 퍼블리시티권처럼 인격권의 ‘탯줄’을 벗어던지고 재산권으로 분리 독립한 5단계가 인격권의 바람직한 발전과정이라고 개인적 견해를 밝힌다. 그러면서 일본 최고재 판결은 여전히 4단계에 머물고 있어 인격권과 ‘탯줄’로 이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中島 판사는 2018년 발표한 핑크레이디 사건 최고재 판결 해설(‘最高裁 時의 判例 VIII’ 유비각)에서 본 판결이 퍼블리시티권의 법적 성질에 대해 독일과 마찬가지로 인격권설을 채용한 것이라고 보다 명확한 설명을 덧붙인다.

이처럼 조사관의 판례해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일본에서는 핑크레이디 사건 최고재 판결을 인격권설에 입각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학계나 실무계의 태도이다. 일부 논자들이 일본 최고재 판결을 재산권설에 입각한 것으로 잘못 소개하고, 이것이 별다른 확인과정 없이 반복 확산되고 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일 이러한 오해가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에 일부 영향을 준 것이라면, ‘인방(隣邦)의 법률문화’ 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비극’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박성호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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