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낙엽만 지는 건 아닌가 봅니다. 캠퍼스를 걷다가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에 맞았습니다.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에 머리를 맞고 중력의 존재를 떠올렸다는데, 평범한 법학전문대학원생인 저는 바로 코앞에 닥친 ‘형사재판실무’ 시험이 생각날 뿐입니다. 제 머리에 맞고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가시는 분들이 보입니다. 과연 절도죄가 성립할까요? 현행범체포는 가능할까요?

이처럼 한 가지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생각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다른 방식의 공부를 하거나 따로 취미를 가꾸기 어려워집니다. 전국의 법학전문대학원 2학년 학생들이 ‘형사재판실무’ ‘검찰실무’ 등 굵직굵직한 실무과목들을 주로 듣는 이번 학기에 저는 ‘첨단의료, 과학기술과 법’이라는 과목도 함께 수강하고 있습니다. 의료와 과학에 문외한이지만, 나름의 주제를 잡아 틈틈이 저만의 소논문을 써야 하는데, 법 공부와 이를 병행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해와 암기로 바쁜 삶을 살다 보면, 법 공부와 잠깐 거리를 둔 채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이를 글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 큰 도전이 되고 맙니다.

그런데 이런 푸념을 늘어놓다 보니 문득 걱정이 되었습니다. 학생인 지금뿐만 아니라 나중에 현직자가 되더라도 결국 법조인은 평생 공부하며 살아야 하는 직업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공부와 일, 그리고 놀이를 자유자재로 병행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멀티태스킹뿐만 아니라 ‘태스킹-플레잉(Tasking-Playing)’ 능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법학전문대학원에는 꽤 많은 동아리들이 있습니다. 제가 속한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는 축구, 농구, 탁구, 테니스 등 각종 운동동아리는 물론이고 밴드, 춤, 사진, 영화와 관련된 동아리들도 있습니다. 또한 봉사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예술인을 위한 법률지원실’ ‘공익인권법학회’ ‘난로(연탄 봉사 등)’ 등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원우들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동아리가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공부에도 매진하는 원우들을 보면 제 푸념은 핑계인 것 같습니다.

올여름, 서울남부지방법원 실무수습 입소식 때 법원장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일과 공부에 너무 목메어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라” 당시에는 이 말씀을 왜 굳이 실무수습을 시작하는 시점에 하실까 의아했습니다. 그러나 공부로 쉴 새 없이 바빠진 지금, 평생을 공부와 일에 헌신하신 그분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이 전국 단위의 ‘형사재판실무’와 ‘검찰실무’ 시험 전에 널리 퍼졌어야 하는데, 칼럼이 실리는 날은 아쉽게도 시험 이후라고 합니다. 경쟁을 해야 하는 저는 어쩔 수 없이 다음주 까지만 취미 없이 시험에 몰두해 살도록 하겠습니다.

 

 

/유영훈 연세대 법전원 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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