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기다림

사노라면 누군가의 연락을 애타게 기다리는 경험을 한다. 합격 통보, 승진소식, 관심 가는 이성의 연락 등, 이와 다른 종류의 절절한 기다림과 자주 마주하게 되는 곳이 바로 각종 인허가와 지정권을 행사하는 최일선 행정현장이다. 기다림에 지쳐가는 국민들과 달리 더디게 움직이는 공행정만의 시계가 따로 존재한다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고, 행정편의주의, 복지부동, 번문욕례(red tape)란 수식어들이 오랜 세월 공행정을 따라 다닌 것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Ⅱ. 적극행정의 제도화

행정의 사전적 의미가, 법 아래에서 법의 규제를 받으면서 국가 목적 또는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행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국가 작용을 지칭하고 있는데, 이에 더하여 우리는 적극행정이라는 강조적 표현을 마주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적극행정이란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라고 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공행정의 소극성의 가장 큰 원인을 감사에 대한 두려움과 사건 발생 시에 책임을 지는 것은 결정자가 아닌 실무자라는 점에서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적극행정을 위해 감사원은 2015년 2월 3일 감사원법에 제34조의3을 신설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한 결과에 대하여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징계 요구 또는 문책 요구 등 책임을 묻지 아니한다고 천명하는 적극행정면책규정을 마련해 놓았고, 인사혁신처는 2019년 8월 6일 적극행정운영규정을 제정하여 적극행정을 활성화하고자 노력을 더해가는 중이다.

Ⅲ. 패러다임의 전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화는 기초와 광역 그리고 중앙정부에 이르는 단계별 감사에는 속수무책이다. 현행 단절적 자체감사면책규정을 넘어서, 중복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감사에 대한 면책까지 확보되고, 공조직문화가 창의적이고 자발적으로 변화되기까지는 국민들의 기다림은 계속 될 것이다. 한 설문조사결과에 의하면,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에 대한 필요성과 인지도 및 공감도가 높다고 한다. 공무원 스스로 마음의 움직임과 다르게 규정에 따른 행정적 판단과 처분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를 여전히 확인하는 결과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세상의 패러다임이 변화된 속에서, 지속적 적극행정 패러다임의 대응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지영림 시흥 시민호민관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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