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컸던 사법개혁이 진척이 없다. 사법개혁이라면 일차적으로 법원과 재판제도의 개혁이 핵심일 터인데 큰 기대를 안고 출범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부가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국민의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 닿는 부분이 없다. 이런저런 회의체가 출범해서 여러 차례 회의도 한다는 소식을 귓가로 듣긴 했지만 딱 부러진 결과는 감감무소식이다.

사법부의 본질적 기능은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다. 그런데 국민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 점에서 특별히 나아졌다고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상고심 재판에 대한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 소화불량의 막대한 사건 수와 판결 이유의 명시도 없는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의 폭증은 심각하다.

2016년 기준으로 대법관은 1년에 총 3361건을 담당한다. 2008년 2157건에 비하면 50% 이상 늘어난 업무량이다. 살인적인 업무량을 넘어 해결 불가능한 업무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2018년 기준 대법원이 접수한 민사·가사·행정 본안 사건 가운데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 비율이 76.7%에 달한다.

심리불속행 상고기각판결에서 이유 기재를 생략할 수 있게 한 현행제도는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고, 공적 검증 대상인 판결문에 공정한 판단임을 평가할 수 있는 판결 이유가 없어 신뢰에도 중대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하급심에 대한 견제 기능을 할 상고심의 부실은 하급심 판결의 부실로 이어질 위험도 상존한다.

대법원은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통해 관련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다가 사법 농단으로까지 비화되었던 상고법원 신설 문제에 집착하는 한 언제 결론이 날지 알 수 없다. 상고법원 설치에 관한 법안은 2014년 12월 국회에서 발의되었다가 2016년 5월 자동폐기되었다. 상고법원은 사실상 4심제가 아니냐며 위헌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고, 국민의 편의보다는 상고법원의 설치로 대법원의 위상 강화와 법관인사 적체 해소를 노린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사법개혁 논의에 국민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재판을 받은 국민 입장에서는 상고심 재판의 개혁은 매우 절박하고 시급한 문제이다.

이제는 가장 쉽고 가장 단순한 방법을 선택하면 어떨까 생각된다. 대법관의 대폭 증원을 통해 상고심 재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상고사건의 폭증이 원인이므로 상고심 재판을 담당할 대법관의 대폭 증원이 확실한 답일 수 있다.

대법원이 대법관 대폭 증원에 엉거주춤한 가장 큰 이유는 소수 인원을 통한 대법관의 권위 유지에 반하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대법원의 공정하고 신속한 판단을 받아보려는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 소수 인원을 통한 대법관의 권위 유지보다 작은 가치인가? 대법원장에게 묻고 싶다.

 

 

/진봉헌 변호사

전북회, 법무법인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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